난민선에서조차 박해받는 阿 기독교인… 성경구절 읊었다는 이유로 유럽행 배에서 12명 살해

입력 2015-04-18 02:38
유럽으로 밀입국을 시도하다 지중해 해상에서 붙잡힌 난민들이 1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의 아우구스타항에 도착해 해안경비대의 인솔로 수용소로 향하고 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지중해에서는 지난 한 주 동안 1만명 이상이 밀입국을 시도하는 등 난민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14일 41명이 익사하는 등 참사도 잇따르면서 유럽연합(EU)이 난민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AP연합뉴스

아프리카 북단에서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밀입국하려는 이들을 실은 난민선에서 기독교인들이 집단으로 바다에 내던져지는 사건이 발생해 이탈리아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탈리아 현지 언론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1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시칠리아 경찰 당국이 기독교인 12명을 바다에 던진 혐의로 15명의 이슬람교도 난민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 경찰 조사 결과 지난 14일 리비아 해안에서 105명을 태우고 출발한 선박에서 승객 대부분이 이슬람교도인 가운데 이들 소수의 나이지리아와 가나 출신 난민 15명이 기독교 신앙구절을 읊었다는 이유로 살해 위협을 받다가 결국 바다에 던져졌다.

경찰에 이 같은 증언을 한 생존자들은 이슬람교도 난민들이 자신들도 바다에 버리려고 하자 인간 사슬을 만들어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가디언은 12명의 기독교인의 생사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유럽은 비슷한 사건이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을 심상치 않게 바라보고 있다. 유럽으로 밀입국하는 이들은 이집트와 팔레스타인, 리비아, 튀니지 등 이슬람 출신이 다수이고 기독교인은 소수이다. 아울러 밀입국을 알선하는 이들이 대부분 리비아인인데 이들의 경우 나이지리아 가나처럼 사하라 사막 이남의 피부색이 상대적으로 더 검은 이른바 ‘블랙 아프리카인’들에 대해 “가치가 떨어지는 종족”이라는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블랙 아프리카인들 가운데 기독교인이 많다.

이 때문에 리비아인들은 블랙 아프리카인들을 선박 가운데 가장 척박하고 사고 시 탈출하기 어려운 배 밑바닥에 타도록 강요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월 지중해에서 발생한 난민선 유혈 폭동도 배 밑바닥에 타고 가던 이들이 숨 좀 쉬자며 갑판으로 나오려고 하자 갑판 승객들이 이를 못마땅하게 여겨 싸움이 붙은 경우다.

국제난민기구의 활동가 플라비오 디지아코모는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인에게는 구명조끼조차 사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면서 “난민선이 안고 있는 큰 문제점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손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