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경환 특파원의 차이나 스토리] 50여년 前 흑백사진 한장 때문에 노벨상 작가 모옌 ‘가짜 고생담’ 논란

입력 2015-04-18 02:28
2012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모옌(莫言·60·오른쪽 사진)의 8세 때 사진 한 장(왼쪽 사진)이 최근 웨이보에 올라왔습니다. 1962년 봄에 찍은 것으로 모옌의 20세 이전 사진으로는 거의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진을 보면 위에는 면 저고리를 입고, 아래는 홑바지를 입었습니다. 얼굴은 오동통하니 귀엽습니다. 오른쪽은 사촌 누나라고 합니다.

중국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의 어린 시절 사진이려니 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올린 사람이 바로 ‘다쭈이(大嘴·빅마우스)’로 불리는 베이징대 국문과 쿵칭둥 교수였기 때문입니다. 그는 사진과 함께 “문학의 허구는 진실의 기억을 고칠 수 있고 심지어 작가조차도 진실의 자아를 잃게 할 수도 있다”고 적습니다. 그리고 “모 작가는 항상 자신의 어린 시절이 굶주림과 추위의 연속이었다고 말해왔다. 이 사진은 그의 1962년 봄 사진이다”고 덧붙입니다. 쿵칭둥은 사진 속 아이가 누군지 밝히지 않았지만 네티즌들은 금방 모옌이라는 것을 알아냅니다.

모옌으로서는 유일하게 남은 어린 시절 사진 한 장을 뒤져 꺼낸 사람이 하필 쿵칭둥이라는 사실이 유감일 것 같습니다. 쿵칭둥은 대표적인 좌파학자로 홍콩인들을 ‘영국 제국주의자들의 개’라고 지칭하는 등 ‘막말’로 유명한 사람입니다.

이 사진 한 장으로 모옌의 거짓말 의혹이 시작됩니다. 쿵칭둥은 사진을 올린 뒤 정확히 12분 만에 한 네티즌의 글을 전파시킵니다. 자신의 의도를 정확하게 전해주는 글이기 때문일 겁니다.

“모옌은 노벨상 수상 후 입만 믿고 멋대로 말하고 다녔다. ‘어린 시절에는 너무 가난해서 맨몸으로 뛰어다녔고 개처럼 먹을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지 입에 집어넣었다. 열 살 전에는 사진이 뭔지도 몰랐다’고 말이다. 하지만 8세 때 사촌 누나와 찍은 사진이 나타났다. 하얗고 포동포동하고 옷도 잘 맞는다.”

노벨상 수상 후 모옌은 사실 여러 장소에서 어린 시절의 가난과 고통에 대해 말해 왔습니다. 어린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고독과 굶주림(飢餓)’이었다고 말입니다. 그의 글 속에서도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말이 ‘굶주림’이라는 단어입니다.

모옌의 글과 공개된 사진을 대비하면 뭔가 앞뒤가 안 맞는다는 목소리가 많기는 합니다. 모옌의 기억에 뭔가 착오가 있든가 아니면 불우한 과거를 통해 ‘서방’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일부러 거짓말을 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흑백 사진 한 장이 그 사람의 과거를 말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이성적’ 판단을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재밌는 사실은 쿵칭둥이 모옌을 이전에는 ‘가장 양심적인 작가’로 칭송했었다는 점입니다. 왜 갑자기 쿵칭둥이 모옌의 저격수로 변신했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한 가지 단서가 될 만한 것이 있기는 합니다. 쿵칭둥은 공산당과 사회주의 홍색 문화를 예찬하고 범죄와 폭력은 엄단했던 보시라이 전 충칭시 서기의 ‘창홍타흑(昌紅打黑)’ 정책에 대한 열렬한 지지자였습니다. 현 지도부의 반부패를 권력 투쟁으로 보는 듯합니다. 하지만 모옌은 반대편에 서 있습니다. 사실 모옌에 대해서는 ‘어용 작가’라는 비판이 있기는 합니다.

중국 언론에서는 모옌의 가짜 어린 시절 논란이 계속 보도되고 있습니다. 일부 언론은 모옌과 함께 유명 연예인들의 어린 시절 모습과 현재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내보내며 약간은 조롱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아직까지 모옌은 침묵하고 있습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