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파문’에 따른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이완구 총리의 운명은 박근혜 대통령의 귀국일까지 여론과 검찰 수사의 향배가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딱 열흘의 시간 동안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반전 카드’를 내놓지 못할 경우 이 총리는 또 한 명의 ‘박근혜정부 총리 잔혹사’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은 전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의 청와대 독대에서 “순방 귀국 후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언제든 총리의 경질 또는 자진사퇴 요구를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국내 정치를 떠나야 하는 마당에 국정 2인자까지 물러나게 할 수 없다는 뜻이자 검찰 수사와 여론 향배를 보고 최종 결단을 내리겠다는 간접 메시지란 해석도 나온다. 이 총리 스스로 이 기간에 검찰 수사를 받고 의혹을 해소하라는 통보이자 “그렇지 않을 경우 중대 결심을 할 수 있다”는 조건부 언명이라는 것이다.
이 총리는 박 대통령 출국 뒤 첫날인 17일 “대통령이 계실 때보다 더 열심히 국정을 챙기겠다”고 결연한 각오를 보이면서도 다른 외부 일정을 삼간 채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만 머물렀다. 대통령 순방기간 세종시가 아닌 서울에 당분간 머문다는 방침이다.
이 총리는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어제 출국했으니 총리로서 한치의 흔들림 없이, 그리고 빈틈없이 국정을 통할할 책무를 느낀다”고 말했다. 출국 전 박 대통령의 다른 당부가 있었느냐는 물음에는 “누누이 얘기하지만 (대통령과의 대화는) 말하지 않는 게 예의”라고 했다.
그는 또 본인 거취에 대한 입장 변화가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이 이어지자 “당 쪽하고는 말하지 않는 게 예의 같다. 당 쪽에는 가급적 말하려 하지 않으려 한다”고 답했다. 이 총리로서는 ‘같은 배’를 탄 여당이 자신의 결백을 믿어주지 않고 야당의 사퇴 압박 공세에 자꾸 휘말려간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따라서 차제에 내각 수장으로서 당과 확실하게 선을 긋고, 검찰 수사에 정정당당하게 응하는 정면 승부수를 던지겠다는 뜻으로 여겨진다.
이 총리는 출근하자마자 총리실 간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대통령 순방 기간 현안을 철저히 점검해 달라”며 “부처별로 진행되는 안전 진단을 철저히 해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무엇보다 4월 국회 상임위가 시작되는 만큼 경제 활성화 법안, 민생법안 등 입법사항을 점검해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 총리는 언제 검찰에 출두할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제기한 의혹들에 대해 어떻게 해명할지 등에 대해서는 아무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큰 고심거리는 청와대마저 시간이 지날수록 무게중심이 ‘총리 교체’ 쪽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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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벼랑 끝 몰린 이완구 총리 운명은… 朴 귀국 전 ‘딱 열흘간’ 여론·檢수사에 달렸다
입력 2015-04-18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