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미국은 세계를 지배하려는 야욕을 가진 나라”라면서 “그들은 ‘동맹’을 원하지 않고 봉건시대와 같은 ‘신하(vassal)’를 요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푸틴은 이날 TV 방송으로 생중계된 ‘국민과의 대화’에서 “2차대전이 끝나고 소련이 동유럽 전체에 우리식 발전모델을 전파하려 했으나 실패로 끝났다”면서 “그런데 지금 미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소련이 했던 것처럼) 똑같은 일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미국처럼 제국의 부활을 꿈꾸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서방 제재에 대해 “쓸데없는 제재”라면서 “우리는 누구도 적으로 삼으려 하지 않으니 그들도(서방도) 러시아를 적으로 보지 말라”고 주문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날 수도 있느냐’는 한 방청객의 질문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푸틴은 미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란에 최첨단 지대공미사일인 S-300 수출을 강행할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S-300은 방어용 무기로 이란과는 2007년 수출계약을 맺었고 최근 이란이 핵협상에서 전향적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그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수출을 하게 됐다”면서 “그걸로 이스라엘을 공격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푸틴은 제재의 일환으로 프랑스가 러시아에 미스트랄급 헬기 수송용 항모 수출 계약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수출하지 않을 생각이면 빨리 선급금을 반환하라”고 경고했다.
푸틴은 정적인 보리스 넴초프 피살과 관련한 의혹도 일축했다. 그는 “비극이고 부끄러운 일”이라며 “넴초프가 나를 비난했지만 정말 가깝게 지냈다. 범인을 찾으려고 온 힘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국민과의 대화는 푸틴이 집권 후 해오는 연례행사로 사전수집 및 즉석에서 쏟아지는 국민들의 질문에 푸틴이 직접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푸틴은 4시간여 동안 60개 질문에 답했는데, AP통신은 “사전에 각본이 짜여진 행사였다”고 꼬집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푸틴 “美, 동맹 대신 신하 원해”… 생방송 ‘국민과의 대화’ 가져
입력 2015-04-18 0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