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임항] 미세먼지 대처법

입력 2015-04-18 02:10

최근 미세먼지 농도가 연일 ‘나쁨’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겨울 황사가 관측사상 두 번째로 높았고, 지난 3월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 평균치는 71㎍/㎥로 지난 5년을 통틀어 가장 나빴다. 미세먼지의 유해성이 속속 더 밝혀지면서 국민들의 경각심도 커지고 있다. 길거리나 지하철에서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행인이 늘었다. 근년의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미세먼지는 폐암 등 호흡기 질환과 심혈관계 질환뿐 아니라 인지기능, 우울증에도 영향을 미친다.

대도시에서 미세먼지 오염이 더 심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미세먼지는 바람을 타고 먼 거리를 이동하기 때문에 지역별 농도 차가 크지 않다. 대기환경 연보에 따르면 전국 81개 지방자치단체의 2013년까지 3년간 미세먼지 평균 오염도는 36∼90㎍/㎥ 사이에 분포한다. 가장 낮은 편인 거제, 목포, 여수, 서귀포(36∼37㎍/㎥)도 미국 뉴욕(21㎍/㎥, 2013년)이나 일본 도쿄(28㎍/㎥)보다 훨씬 더 나쁘다. 도망갈 곳이 별로 없다. 다만 해발 600m를 넘는 곳에서는 미세먼지 농도가 현저히 낮아진다.

실내라고 안전하지도 않다. 미세먼지는 문을 닫아도 실내와 외부의 온도 차이 때문에 창문과 문의 틈새 등으로 침투하기 때문에 실내의 오염도가 실외에 비해 그다지 낮은 편이 아니다. 황사가 발생했을 때 어린이집 등 다중이용시설의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했더니 실외보다 오히려 더 높고, 최대 2배까지 높게 나왔다.

결국 공기청정기와 황사마스크가 불티나게 나갈 수밖에 없다. 공기청정기는 미세먼지를 효과적으로 차단하지만, 넓은 실내 공간일 경우에는 효력이 떨어진다. 황사마스크의 경우 입자가 매우 작은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를 걸러내려면 환경부 인증 마크가 있는 미세먼지용 방진마스크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요즘에는 플라스틱으로 된 틀로 얼굴을 반쯤 덮은 뒤 부직포로 만든 필터를 교체해 쓰는 ‘반면형’ 마스크도 나왔다. 미세먼지 오염이 극심한 중국에서 많이 쓴다고 한다.

이런 개인 수준의 대처법도 미세먼지 오염이 더 심해지면 한계가 있다. 차량 부제 시행, 에너지 수요 감축에 의한 석탄화력 발전소 가동률 저하 등 특단의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

임항 논설위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