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남산은 고선웅이 지킨다?
서울 남산에 있는 두 극장, 남산예술센터와 국립극장에서 연극 ‘푸르른 날에’(4월 29일∼5월 31일)와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5월 1∼23일)가 각각 올라간다. 두 작품 모두 극작가 겸 연출가 고선웅(47)이 각색과 연출을 맡았으며, 초연 이후 평단과 관객의 사랑을 받아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현재 한국 연극계가 가장 주목하는 인물인 고선웅(사진)은 비극을 슬프게만 풀어내는 대신 밝고 유쾌하고 만드는데 일가견이 있다. ‘푸르른 날에’와 ‘변강쇠 점 찍고 옹녀’는 바로 그의 장기가 십분 발휘된 수작이다.
서울문화재단과 신시컴퍼니가 2011년 공동제작해 초연한 이후 5년째 무대에 올리고 있는 ‘푸르른 날에’는 우리 역사의 아픈 상처로 남아 있는 ‘5월 광주’를 소재로 한 창작극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속에서 꽃핀 남녀의 사랑과 그 후 30여년의 인생 역정을 그리고 있다. 2010년 차범석희곡상을 수상할 만큼 희곡의 완성도도 좋은 편이지만 연극으로서 빛나게 된 것은 무겁고 감상적인 이야기를 고선웅 자신이 ‘명랑한 신파’로 이름 붙인 경쾌하고 과장된 스타일로 풀어낸 덕분이다.
2011년 초연 당시 국내 연극상을 싹쓸이했던 이 작품은 이후 매년 5월 재공연하면서 전석 매진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5년째인 올해는 이명행, 김학선, 정재은, 정승길 등 초연부터 함께 해온 원년 배우들의 마지막 고별 무대로 선보인다. 서울문화재단과 신시컴퍼니 모두 애착이 큰 작품이라 내후년쯤 새로운 배우들과 함께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국립창극단의 ‘변강쇠 점 찍고 옹녀’는 외설적인 이야기로 저평가됐던 고전 ‘변강쇠전’을 인간미 넘치는 이야기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고선웅은 색골남 변강쇠 대신 박복하지만 누구보다 당차게 살아가는 여인 옹녀를 새로운 주인공으로 전면에 내세웠다.
이 작품은 지난해 6월 초연 당시 창극사를 새롭게 쓴 바 있다. 사상 최초 미성년자 관람 불가, 26일 최장기간 공연에도 불구하고 평균 객석점유율 90%(6회분 매진)를 기록하는 대성공을 거뒀다. 한승석의 신명나는 작곡 및 작창과 함께, 고선웅이 판소리 원작의 약점인 스토리 라인을 강화하고 변강쇠와 옹녀 외에 여러 캐릭터를 생생하게 재탄생시킨 덕분이다.
창극 역사상 괄목한 만한 성과를 이룬 이 작품은 해외의 눈길도 사로잡았다. 내년 4월 프랑스 3대 공연장 중 하나인 파리 테아트르 드 라 빌의 초청을 받은 것이다. 테아트르 드 라 빌은 연극계 거장인 피터 브룩과 로버트 윌슨, 무용계의 피나 바우슈와 밀접한 관계를 가져오는 등 프랑스 공연계의 중심지로 꼽힌다.
올해 재공연은 내년 프랑스 공연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한층 업그레이드시킨 것이 특징이다. 2012년 김성녀 예술감독 취임 이후 쉴 새 없이 다양한 창극을 소화하며 연기에 물이 오른 국립창극단 배우들이 지난해보다 더 농익은 해학 연기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장지영 기자
푸른 5월… 南山은 고선웅 세상
입력 2015-04-20 04:20 수정 2015-04-20 18: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