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수 목사의 남자 리뉴얼] 단순하지만 힘 있는 인생

입력 2015-04-18 02:32

운전하다 보면 신호등과 교통표지판을 많이 볼 수 있다. 그 가운데 남자들의 현실과 딱 맞아떨어지는 것이 있는데, 바로 ‘비보호 좌회전’ 표시다. 비보호 좌회전은 교차로에서 다른 차량의 운행에 방해되지 않는다면 별도의 좌회전 신호 없이 좌회전을 허용한다는 표시다. 단, 다른 차들의 운행을 방해했거나 사고를 일으켰을 때는 그 책임을 본인이 져야 한다. 남자들의 삶은 이 비보호 좌회전과 같을 때가 많다. 남자들의 선택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르기에 크고 작은 선택의 갈림길에서 매 순간 고민할 수밖에 없다. 남자들이 이렇게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이유는 인생의 기준이 아직 명확하지 않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그 방향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목적이 분명한 사람은 선택 기준이 명확하기에 단순하게 사는 것 같아도 힘 있게 인생을 치고 나간다.

비보호 좌회전을 해야 할 순간 머뭇거리다 인생의 기회를 놓친 남자들의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한다. 스스로 무언가를 결정해보지 못한 남자들, 누군가의 지시에 익숙해진 남자들은 자기 결정이 쉽지 않다. 작은 것 하나도 누군가의 지지와 확인이 있어야 결정할 수 있는 남자들이 의외로 많다. 50대 중반에 들어선 한 회사 간부는 직장을 떠나면서 선택의 순간을 놓쳐 결국 밀려나게 된 지난 시간이 생각나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자신의 인생에서 선택할 수 있는 시기를 벗어났다면 이젠 선택이 아니라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몸부림치며 견뎌내야 한다.

필요한 시점에 비보호 좌회전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 남자들은 나이가 들면 점점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기 원한다. 그러나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가 원하는 삶을 선택하기란 어렵다. 마음만 있으면 뭐하겠는가. 마음에 합당한 현실적인 준비가 동반되어야 한다. 지금 내가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벗어나 다른 일을 하고 싶다면 평소 하고 싶은 일을 취미 삼아 조금씩 배워가며 익히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경험해 보지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 창의적인 경영이 어렵다.

바울의 인생에서 그 방향과 목적은 예수님을 만나기 전과 후가 완전히 다르다. 바울은 “팔일 만에 할례를 받고 이스라엘 족속이요 베냐민 지파요 히브리인 중의 히브리인이요 율법으로는 바리새인”(빌 3:5)이었다.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기 전 바울은 자신이 가진 기득권을 무기 삼아 “열심으로는 교회를 박해하고 율법의 의로는 흠이 없는 자”로서 결코 자유롭지 못한 인생을 살았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를 만난 바울은 “모든 것을 해로 여김은 내 주 그리스도 예수를 아는 지식이 가장 고상하기 때문이라 내가 그를 위하여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배설물로 여김은 그리스도를 얻고 그 안에서 발견되려 함이니”(빌 3:8∼9)라고 고백한다. 자신에게 생명만큼 소중했던 것들이 이제는 쓰레기가 된 것이다.

이는 인생을 바라보는 가치와 기준이 달라졌기 때문에 가능하다. 율법과 전통 안에서 이해했던 것들을 이제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바라보고 이해하게 된 것이다. 예수님을 만나기 전에는 율법이 주는 특권을 누리고 살았지만 예수님을 만나고 난 뒤에는 복음이 주는 은혜를 붙잡고 살게 된 것이다. 무엇이 바울의 인생을 이렇게 달라지게 만들었을까. 바로 믿음이다. 이전에 갖지 못했고 경험하지 못했던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믿음이 ‘죄인 중에 괴수’를 ‘사도 중에 사도’로 변화시킨 것이다. 핍박의 대상이었던 예수 그리스도가 믿음의 대상이 되자 바울의 인생의 방향과 목표가 완전히 새롭게 설정되었다. 바울에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믿음 안에서 분명한 삶의 목적을 발견했다는 데 있다. 남자의 인생을 인생답게 만드는 순간이 바로 이 삶의 목적을 발견하는 순간이다.

그 후로 바울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달려가노라”(빌 3:14)고 선언한다. 분명한 목적은 삶을 단순하게 만들어준다. 복잡하게 얽힌 채 살아가는 이들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목적을 발견한 사람은 그 목적을 이루는 데 필요한 것들을 정리하고 계획을 세우기 마련이다. 바울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해로 여기고 버리는 일부터 시작했다. 모든 것을 버린 바울에게는 이제 예수 그리스도만 남았다. 바울은 자신의 믿음이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했든지 푯대를 향해 계속해서 행할 것이라고 말한다. 참된 목적과 목표를 발견한 사람은 게으를 수 없다. 그의 삶은 바빠서 피곤한 삶이 아니라 지칠 줄 모르는 즐거움과 감사가 넘치는 삶이다.

이의수 목사 (사랑의교회 사랑패밀리센터·남성사역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