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부활절 후에 만나야 할 복음

입력 2015-04-18 02:07

본문의 첫 구절 “요한이 잡힌 후 예수께서 갈릴리에 오셔서 하나님의 복음을 전파하여”는 마가복음 내에서 다른 구절들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습니다. 이 구절은 마가복음 14장 28절의 “내가 살아난 후에 너희보다 먼저 갈릴리로 가리라”는 예수님의 말씀과 문장 구조가 비슷합니다.

이 말씀은 마가복음 16장 7절 천사의 입을 통해서도 등장합니다. 천사는 여인들에게 그 말씀을 상기시키면서 갈릴리에서 부활하신 분을 뵙도록 제자들에게 전하라고 당부합니다. 이 연관성을 통해 우리는 마가복음을 다시 읽을 수 있습니다.

사도들은 처음에 그리스도의 제자로 사는 데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부활절 후 갈릴리에 가서 부활하신 예수를 만나면서 제자로 살게 됩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는 것은 성령세례에 해당합니다. 때문에 제자들은 영적인 대각성을 합니다.

사도들은 본문의 둘째 구절인 “때가 찼고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는 말씀을 다시 듣습니다. 이제는 그 말씀을 심장에 새기고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됩니다. 자기 십자가를 지면서 목숨 걸고 왕들 앞에서 담대하게 복음을 전합니다.

이 말씀은 이런 이야기입니다. ‘예수님의 사역과 함께 하나님의 나라가 도래하고 있다. 세상을 향해 살던 삶에서 하나님을 향해 전적으로 돌아서라. 선포된 하나님의 복음을 받아들이고 오로지 그 나라를 구하라. 그러면 그 나라에 들어갈 수 있다.’

이것은 곧 ‘하나님의 복음’입니다. 하지만 당시 십자가와 부활을 경험한 기독교인들은 이 ‘하나님의 복음’에 관심을 갖지 않고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했습니다. 신학적으로 조금 어려울 수 있습니다만 마가복음의 저자는 ‘하나님의 복음’과 ‘그리스도의 복음’을 구별합니다.

‘그리스도의 복음’은 ‘그리스도에 관한 복음’, 즉 십자가와 부활이 중심입니다. 이는 서신서를 중심으로 한 복음의 핵심입니다. 실존 지향적입니다.

반면, ‘하나님의 복음’은 ‘하나님 나라의 도래와 그 나라에 들어가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예수님을 통해 이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하나님을 아버지로 부르는 우리가 모두 아버지의 통치 아래에서 한가족처럼 평화롭게 사는 공동체를 지향합니다.

‘하나님의 복음’과 ‘그리스도의 복음’은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는 상황을 통해 설명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셨습니다. 예수님의 손가락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의도는 달을 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교회는 달을 봐야 합니다. 하지만 손가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는 하나님 나라의 도래를 선포했지만, 도래한 것은 하나님 나라가 아니라 교회였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달을 봐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전한 ‘하나님의 복음’을 가르쳐야 합니다. 그래야 예수님의 선포 사역이 의미를 갖게 되고, 하나님께서 예수님을 파송하신 목적이 이루어지며, 예수님께서 심으신 하나님의 나라가 확산할 것입니다.

김희성 목사(서울 길벗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