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판사가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의 대법관 임명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서울중앙지법 박노수(49·연수원31기) 판사는 16일 법원 내부 게시판에 박 후보자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현직 판사가 대법관 후보자 임명을 공개 반대한 것은 이례적이다.
박 판사는 “1987년 6월 항쟁에 참여했던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은 6월 항쟁을 촉발시킨 사건”이라며 “청문회 전 과정을 시청한 결과, 박 후보자는 당시 사건 은폐·축소를 알면서도 방조한 검사에 가깝다”고 했다. 박 판사는 박종철 사건에 대해 ‘사건 초기부터 경찰의 조직적인 은폐가 계속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고문에 의한 사망 사건이라는 게 밝혀진 후에도 검찰이 사건을 공안부·특수부가 아닌 형사부에 배당해 사실상 직접수사를 포기했다는 것이다. 박 후보자가 포함된 수사팀이 겨우 4일간 수사한 점을 고려할 때 ‘수사 외압이 없었다’는 박 후보자 주장을 사실로 믿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박 판사는 “박 후보자는 스스로 적극적인 사건 은폐가 없다는 것을 설명해야 한다”며 “직접증거가 없다는 이유만을 내세워 무관함을 강변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종철 사건을 은폐하는 데 협력한 검사가 민주헌법하의 대법관이 되겠다고 하는 것은 안 될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박 후보자가) 충분히 설명할 의지가 없다면 대법관 후보 자리를 내려놔야 한다”며 “1987년 6월의 기억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판사 올림”이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박 후보자는 지난 7일 국회 청문회를 거쳤으나 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두고 여야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현직 판사가 박상옥 대법관 임명 공개 반대
입력 2015-04-17 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