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하게 닮아 있었다. 잘 던지고도 타선과 불펜이 도와주지 않아 승수를 쌓지 못하거나 교체 타이밍이 빨리 이뤄져 승리를 날리면서 어느 새 ‘불운의 아이콘’이 됐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심수창과 NC 다이노스의 이태양 얘기다.
지난 10일 각각 올 시즌 첫 선발로 출장한 경기에서도 두 사람의 불운은 계속됐다. 심수창은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4피안타, 무실점 호투했고 이태양은 SK 와이번스를 상대로 6.2이닝 동안 4피안타, 2실점으로 잘 던졌지만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연패도 끊지 못했다. 심수창은 2011년 9월 승리한 뒤 9연패, 이태양은 2013년 5월 승리를 챙긴 뒤 8연패 중이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의 마지막 승리 상대는 모두 롯데였다.
두 사람이 1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숙명의 대결을 벌였다.
짜릿한 승리를 안은 쪽은 이태양이었다. 701일만에 맛보는 선발승이었다. 이날 NC는 이태양의 호투와 15안타를 때린 타선을 앞세워 8대 3으로 이기며 3연패에서 탈출했다.
이태양은 부진을 거듭하며 지난 해 대부분을 2군 리그에 머물러 있었다. 선발 진입을 위해 스프링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린 이태양은 시범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고 김경문 감독은 기회를 줬다. 지난 10일 첫 선발로 나선 경기에서 이태양은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날 변수는 날씨였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강한 돌풍을 동반한 비가 내렸고 양 팀 수비들은 잦은 실수를 연발했다.
심수창이 1회 초 2점을 헌납한 것도, 이태양이 1회에 1점을 내준 것도 모두 수비 실책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태양은 안정감 있는 피칭으로 경기를 운영했다. 6회 롯데 황재균에게 솔로포를 얻어맞은 것만 빼면 6이닝 동안 5피안타, 4탈삼진, 2실점으로 완벽했다.
반면 심수창은 패전 투수가 됐다. 심수창은 2004년 LG 트윈스에 입단하면서 ‘차세대 에이스’로 주목받았고 2006년 10승(9패)을 거두며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이후 성장이 멈췄고 추락을 거듭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는 18연패를 당해 한국 프로야구 최다 연패 불명예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올해 심수창은 절박한 마음으로 과감한 변화를 택했다. 이종운 감독의 조언에 따라 오버핸드로 공을 던지던 투구 폼을 스리쿼터로 바꿨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날 경기에서도 심수창은 7이닝 8피안타로 잘 던졌다. 하지만 야수의 도움을 받지 못해 고개를 떨궈야 했다.
인천에서는 SK가 넥센 히어로즈에 10대 0 완승을 거뒀다. SK는 1회초 선발 트래비스 밴와트가 넥센 박병호의 공을 맞고 교체되면서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밴와트의 뒤를 이어 마운드에 오른 채병용이 넥센의 타선을 ‘0’으로 틀어막았다. 잠실에서는 LG 트윈스가 KIA 타이거즈를 10대 5로 꺾고 전날 패배를 설욕했다. 수원(두산 베어스-kt 위즈)과 대전(삼성 라이온즈-한화) 경기는 비로 취소됐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불운의 아이콘 이태양… 701일 만의 햇빛
입력 2015-04-17 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