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重, 잠수함 3척 납품 과정 ‘문어발 로비’

입력 2015-04-17 03:00 수정 2015-04-17 08:50
현대중공업 측이 최신예 잠수함 3척을 해군에 납품하는 과정에서 군 당국을 상대로 광범위한 로비를 벌인 정황이 추가로 검찰에 포착됐다(국민일보 2월 7일자 1·9면 참조). 예비역 장성급을 포함해 해군 본부와 방위사업청 출신 6, 7명이 수사선상에 올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유수의 조선업체가 방위사업 비리에 직접 연루된 단서가 잡힌 셈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공직자윤리법 위반과 사후수뢰 혐의를 적용해 16일 오전 울산 현대중공업 본사 특수선사업부 사무실 전체와 인력개발부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지난 2월 6일에 이어 두 번째 압수수색이다. 합수단 관계자는 “현재 현대중공업에 근무하고 있는 당시 해군 잠수함 평가 담당자들의 부실평가가 있었는지, 전역 이후 현대중공업 취업을 둘러싼 비리가 있었는지 등을 수사하는 데 필요한 자료 확보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문제가 된 잠수함들은 손원일급(1800t급) 3척(손원일함, 정지함, 안중근함)이다. 정부 예산 1조2700억원을 투입해 건조했다. 현대중공업은 잠수함 연료전지에 결함이 있음을 알고 있었음에도 군 관계자들에게 이를 눈감아 달라고 청탁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합수단은 현대중공업이 군 관계자들에게 대가로 ‘전역 후 일자리’를 제시한 것으로 본다. 1차 압수수색 대상이었던 특수선사업부 부장 L씨는 2007∼2009년 해군 잠수함 인수평가 대장으로 근무하며 3척의 잠수함 평가에 모두 관여했다. 그는 잠항(潛航·잠수 항해) 능력 등 핵심 성능이 평가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데도 임의로 평가 방법을 바꾸는 방식으로 연료전지 문제를 눈감아준 혐의를 받고 있다. L씨는 3척의 잠수함이 인수평가를 통과한 직후인 2010년 초 전역한 뒤 곧바로 현대중공업에 입사했다.

인수평가는 통과했지만 이 잠수함들은 도입 초기부터 잠항 관련 핵심부품인 연료전지에 결함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해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불거졌다. 결국 건조 후 6년 동안 잠수함들은 제대로 된 군사작전에 투입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합수단은 그동안 수사 결과를 토대로 L씨 외에 최근 5년간 현대중공업에 영입된 해군 출신 인사들이 잠수함 부실 평가에 연루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비역 해군 준장을 포함해 해군본부와 방사청 출신 인사 5, 6명이 2010∼2013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현재 특수선사업부에서 근무 중이다.

합수단은 이들이 군에서 했던 업무와 전역시기, 입사시기 등을 면밀하게 대조할 방침이다. 또 조만간 이들을 소환해 취업과 관련한 ‘모종의 거래’가 있었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지난 2월 L씨에 대한 압수수색에 이은 추가 절차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검찰 수사에 충실히 협조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