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9시30분.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 운동장에는 세찬 바람이 불었다. 비를 머금은 구름은 하늘을 가리고 있었다. 단원고 학생 800여명이 운동장에 모여들었다. 지난해 이맘때 친구들과 선생님들을 떠나보낸 3학년 학생들도 함께했다. 학생들은 숙연한 모습으로 담임선생님과 함께 줄을 지어 교문을 나섰다. 3㎞ 정도 떨어진 정부합동분향소에서 1년 전 떠나보낸 친구, 형, 누나, 언니, 선생님들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가는 길엔 지난해 그날처럼 벚꽃이 피어 있었다.
왼쪽 가슴에 ‘근조’ 리본과 노란 리본 배지를 함께 단 학생들은 두 줄로 길게 늘어서서 터벅터벅 힘없이 걸었다. 손수 준비한 꽃다발과 편지가 손에 들려 있었다.
한참을 걷자 정부합동분향소가 눈앞에 나타났다. 표정은 굳어졌고 눈물을 훔치는 학생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한 명, 한 명 분향소 안으로 들어섰다. 하얀 국화를 든 아이들의 손은 떨렸다. 먼저 세상을 떠난 학생과 선생님들의 영정 앞으로 서서히 다가가 바라보기 시작했다.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하나둘씩 울음을 터트렸다. 이내 학생들의 흐느낌이 분향소를 가득 메웠다.
처음에는 친구 등을 두드리며 위로하던 학생도, 울음을 꾹 참던 선생님도 부둥켜안고 울기 시작했다.
영정 속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오히려 이들을 위로하듯 해맑은 표정으로 반겼다. 하고 싶었던 말 대신 눈물로 인사를 전한 학생들은 교사들의 부축을 받으며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겨우 돌렸다.
분향소 밖으로 나온 학생들은 계속 흐느꼈다. 학생 서너명은 교사들의 부축을 받아 근처에 대기하고 있던 앰뷸런스로 옮겨지기도 했다. 또 탈진 증세를 호소한 학생들은 분향소 안에서 안정을 취하기도 했다.
합동분향소를 뒤로 하고 학교로 돌아가는 학생들의 뒷모습은 처량했다. 뒤돌아보는 학생, 옆 친구의 손을 꼭 잡고 걷는 학생, 아직도 눈물을 흘리는 학생, 눈물 흘리는 친구의 눈을 어루만져 주는 학생….
학생들의 마음을 헤아린 걸까. 아이들이 모두 학교로 돌아가자 추적추적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남은 세월호 희생자·실종자 가족들은 빗물과 눈물로 뒤범벅이 됐다. 시민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한때 갑작스러운 폭우가 내리기도 했으나 추모 행렬은 끊이지 않았다. 빗속에 주저앉거나 입을 가리고 통곡하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3살짜리 딸아이를 안고 있던 30대 여성은 “자식을 먼저 보내면 가슴이 찢어질 텐데 사고로 보내니 그 마음이 어떻겠느냐”며 “엄마 마음은 다 똑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오후 7시에는 단원고 운동장에서 추모 행사가 열렸다. 행사는 재학생과 졸업생, 교사의 추모사 낭독, 밴드부의 추모공연, 3학년 학생들이 부르는 가수 이선희의 ‘인연’ 합창공연 등 1시간30분가량 진행됐다.
생존학생 대표로 추모사를 읽은 한 학생은 “잘 지내고 있니? 거긴 좋아?”라며 운을 뗐다. 이어 “우리의 시간은 작년의 오늘에서 멈춰버렸고 수많은 사람의 관심과 집중, 주위 시선들과 수군거림, 모욕과 악플들이 상처가 되기도 한다”며 “어떤 사람들은 이제 그만하라고, 잊으라고 하지만 어떻게 그럴 수 있겠느냐”며 울먹였다. 이어 “이 사건이 완전히 마무리되고 안전하고 바른 사회가 되는 그날까지, 꼭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안산=강희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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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온 4월의 ‘그날’… 하늘도 울고 땅도 울었다
입력 2015-04-17 0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