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게임 이 총리 3000만원 수수 의혹“독대했다” vs “본 적 없다”

입력 2015-04-17 03:46
이완구 국무총리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 현금 3000만원 받았느냐를 놓고 엇갈린 주장이 ‘진실게임’으로 치닫고 있다. 이 총리의 전직 운전기사가 16일 언론 인터뷰에서 “2013년 4월 4일 두 사람이 선거사무소에서 독대했다”고 주장한 반면 당시 선거캠프 관계자들은 “본 적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 총리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해명 번복을 하면서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는 15일엔 “독대한 적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지만 이날은 “만난 기억이 없지만, 현재 더 알아보고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 총리의 전직 운전기사 A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4월 4일에 선거사무소에서 이 총리가 성 전 회장과 독대했다”며 “그동안 내가 성 전 회장 비서와 얘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독대 없이 잠깐 방문했을 가능성에 대해 “참모를 다 물리고 방에서 독대했다”고 일축했다. 현역 국회의원들이 찾아올 때마다 이 총리가 독대를 했다는 게 A씨 설명이다.

그러나 당시 선거캠프 핵심 관계자였던 B씨는 이런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4월 4일은 물론이고 선거 기간 내내 성 전 회장을 한 번도 못 봤다”고 했다. 이어 “현직 의원이 사무소에 오면 직원들이 내게 알려주는 구조였기 때문에 성 전 회장이 왔다면 몰랐을 리가 없다”고 했다. 이날 국민일보가 충남에 있는 이 총리 후원회 사무실을 찾아 당시 방명록 3권(2013년 3월 10일∼4월 23일)을 확인한 결과 성 전 회장 이름은 없었다. 물론 성 전 회장이 일부러 이름을 적지 않았을 수 있다.

B씨는 “당시 선거는 ‘이기는 게임’이었다. ‘실탄’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 3000만원을 받을 이유가 전혀 없다”면서 “‘다 된 밥에 코 빠뜨릴 수 있다’며 캠프 구성원 모두 법을 어기지 않도록 조심했다”고 말했다.

또 “당시 사무실에 비타500을 큰 박스로 쌓아놓고 손님에게 음료로 줬다”며 “전달 수단으로 비타500 박스가 지목돼 공교롭다”고 했다. 그는 “성 전 회장은 ‘충청포럼의 왕’”이라며 “이 총리는 충청포럼 회원도 아니었고 고인에게 죄송스럽지만 성 전 회장이 기업인이라 되레 경계하는 입장이었다”고 덧붙였다.

이 총리 측이 성 전 회장 측근 등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각자 주장에 신빙성을 부여할 추가 증거가 나올지 주목된다. 이 총리 측근들이 향후 검찰 조사를 고려해 이 총리에게 유리하게 증언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어느 측 주장이 더 믿을만한지에 따라 검찰 수사 결과가 엇갈릴 수 있다.

나성원 기자, 서산=박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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