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용 장관님이 왼쪽으로 들어오고 나가실 때 큰 박수를 쳐 주세요.”
정부가 세월호 참사 1주년을 맞아 마련한 ‘국민안전 다짐대회’에서 진행자가 장내 방송을 통해 한 말이다. 진행자는 장관에 대한 박수를 당부했고 장관이 입장하자 군악대가 팡파르를 울리는 등 세월호 참사 1주년 행사라고는 믿기 어려운 장면이 펼쳐졌다. 반성과 추모하는 순서는 보이지 않았고, 그렇게 전시성 행사로 25분 만에 끝났다.
제1회 국민안전의 날인 16일 오전 국민안전처 주최로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국민안전 다짐대회는 경과보고, ‘국민의 목소리’ 동영상 상영, 안전관리헌장 낭독과 다짐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이 행사는 세월호 참사 같은 대형 사고를 예방하고 국민이 안전한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다짐하는 자리였다.
행사장은 박 장관을 비롯한 안전처 직원과 국방부 해양구조대·경찰·도로교통공단 등 재난안전 분야 종사자, 자치단체, 의용소방대와 민방위대 관계자 등 10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박 장관은 이완구 국무총리를 대신해 낭독한 대회사에서 “지난달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의 수립을 완료해 안전 정책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일반 국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자원봉사기관·시민단체·전문가, 유치원·학교 등 교육기관, 기업 등 5개 분야별로 구체적인 다짐사항을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행사에선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 당국의 반성과 희생자에 대한 추모 시간은 없었다. 인천세월호유가족대표단 7명이 초청받아 참석했지만 단순히 행사를 지켜보는 데 그쳤다. 일각에선 과거 ‘관제 동원’을 연상케 하는 전시성 행사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게다가 박 장관이 행사장에 입장할 때는 30여명의 군악대가 일어나 팡파르를 울리고 참석자들이 큰 박수를 치는 어이없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국민안전체험전과 사진전, ‘안전신문고’ 사용 시연, 안전산업전시회, 재난 구조장비 전시를 비롯한 부대행사도 열렸지만 행사장 어디에도 별도의 추모 공간은 마련되지 않았다.
행사가 25분여 만에 끝나자 참석자들은 참가 기념품을 받아 들고 무리지어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행사가 끝날 무렵 청년단체 활동가 2명이 로비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남미 순방을 비난하고 정부의 도덕적·정치적 파산을 선언하는 선전물을 뿌리고 구호를 외치는 등 기습시위를 벌여 행사장은 난장판이 됐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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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4-17 0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