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이완구 국무총리의 거취에 대한 결정을 중남미 순방 이후로 미루면서 여당 내 사퇴 요구는 잠시 주춤한 모양새다. 하지만 이 총리 문제가 여권 전체를 벼랑 끝으로 내몰 수 있다는 위기감은 가라앉지 않았다. 야당은 ‘식물 총리’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면서 공세 수위를 한층 높여갈 계획이다. 추가 의혹 제기 등을 통해 국민 여론마저 완전히 등을 돌리면 여당에서도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나올 전망이다.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조만간 의원총회를 열고 이 총리의 거취를 비롯한 현안에 대해 의원들의 의견을 들어볼 예정이었다. 당내에선 이번 4월 임시국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과 경제 활성화 관련 법안 처리 등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사안이 ‘성완종 쓰나미’에 묻혀버릴 수 있다는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제때 불을 끄지 않으면 4·29 재·보궐 선거뿐 아니라 내년 총선까지 악재로 남을 것이란 위기의식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결단을 유보한 만큼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여권 인사를 겨냥한 새누리당 내 사퇴 요구는 ‘잠복기’에 들어간 형국이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일정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대통령께서 저렇게 말씀하시는데 의총은 당장 할 이유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 순방 이후로 의총을 미룰 것이냐는 질문에 “그것은 모른다”고만 답했다.
야당은 박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의 긴급 회동을 “박 대통령의 도피성 해외 출장을 앞두고 모양새만 갖춘 면피용 회동”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검찰이 ‘국정 2인자’를 공정하게 수사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데다 ‘국정 공백’ 우려도 큰 만큼 지체 없이 직을 내려놓도록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국민은 이 총리의 즉각 사퇴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면서 “김 대표는 가감 없이 의견을 전달했다고 하는데, 대통령은 성난 민심을 전혀 모르는 것 같다”고 밝혔다. 새정치연합 ‘친박권력형 비리게이트 대책위원회’는 17일 대책회의를 열고 이 총리의 사퇴를 끌어내기 위한 압박 전략을 논의할 방침이다.
김경택 최승욱 기자 ptyx@kmib.co.kr
[‘성완종 리스트’ 파문] 與, 사퇴 요구 주춤… 벼랑끝 위기감은 여전
입력 2015-04-17 0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