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주기, 씻기지 않는 갈등

입력 2015-04-17 03:19 수정 2015-04-17 18:25
304명의 희망과 꿈,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은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전남 진도군 팽목항을 전격 방문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환영받지 못했다. 희생자들을 추모하려 했지만 돌아온 건 유족들의 싸늘한 반응이었다.

박 대통령은 오전 팽목항에 도착, 인근의 희생자 분향소를 찾았다. 하지만 앞서 유족 및 실종자 가족들이 대부분 철수해 만나지 못했다. 유족들은 아직도 세월호 진상이 밝혀지지 않았다며 항의의 표시로 분향소를 임시 폐쇄하고 현장을 떠났다. 검은 정장 차림의 박 대통령은 분향소 대신 문 앞에 놓인 실종자 사진, 편지 등을 보는 것으로 추모 일정을 대신했다. 박 대통령이 팽목항을 찾은 것은 지난해 5월 4일 이후 11개월여 만이다.

박 대통령은 이어 팽목항 방파제에서 발표한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필요한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해 가능한 이른 시일 내 선체 인양에 나서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얼마 전 세월호 선체 인양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제 선체 인양을 진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들을 향해서는 “이제 세월호의 고통을 딛고 그 역경과 시련을 이겨내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길에 나서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는 지난 1년간 겪었던 슬픔에 좌절하며 그냥 주저앉아 있을 수 없다. 이제 모두 함께 일어나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일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해선 “앞으로 유가족과 피해자들의 고통을 덜어드리기 위해 피해 배·보상도 제때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박 대통령은 발표문을 읽은 뒤 팽목항을 떠났다. 당초 40분 정도 머물 예정이었으나 유가족과의 만남이 불발되고 분향소도 폐쇄되면서 20분가량만 있다가 서울로 향했다.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과 참사 당시 해수부 장관이던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 이낙연 전남도지사 그리고 이병기 비서실장 등 청와대 관계자들이 수행했다. 박 대통령이 팽목항에서 이동하는 과정에서 일부 시민들이 항의 피케팅을 하기도 했다.

세월호가족대책회는 “대통령과 모든 정치인이 ‘4·16 이전과 이후는 달라져야 한다’ ‘유가족의 여한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며 “어느 누구도 295명 희생자와 9명 실종자를 추모할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완구 국무총리도 오전 경기도 안산 세월호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았지만 유족들의 항의에 조문하지 못하고 돌아갔다.

남혁상 기자, 진도=황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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