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노트-박강월] 샛별이 등대란다, 길을 찾아라

입력 2015-04-18 02:00
우리 형제들은 그야말로 디아스포라이다. 큰언니는 J국 선교사로, 둘째 언니는 일본에 살며, 넷째 역시 케냐 원주민 선교사다. 한국에는 셋째인 나와 다섯째 여동생, 막내 남동생뿐이다. 그렇기에 1남 5녀인 우리 형제가 함께 모이는 일은 거의 없다. 헌데, 지난해에는 둘째 언니를 제외한 딸 넷이 한꺼번에 모이는 이변이 일어났다. 수다 삼매경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러다 무심코 내다본 창밖에는 초저녁달이 떠 있었다. 여간해선 하늘 한 번 올려다보기 힘들건만, 그 저녁엔 어쩐 일인지 초저녁달이 두둥! 내 눈 안으로, 아니 내 마음으로 들어왔다. 모처럼 자매들과 유년의 추억을 더듬은 탓인지 갑자기 동요 가사가 내 입속에서 맴돌았다.

우리 자매들이 툇마루 끝에 나란히 앉아 휘영청 떠오른 달을 보며 즐겨 불렀던 ‘반달’이었다. 그런데 “푸른 하늘 은하수”로 시작하는 익숙한 1절 가사가 아닌 2절 가사가 생경스럽게 내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것이 아닌가. “은하수를 건너서 구름나라로, 구름나라 지나면 어디로 가나. 멀리서 반짝반짝 비추이는 별, 샛별이 등대란다. 길을 찾아라.” 어느새 우리 자매들도 함께 부르고 있었다. 맨 마지막 구절에 가슴이 먹먹해지는가 싶더니 왈칵하고 눈물이 솟구쳤다. 인생의 방향을 잃었던 우리 자매들이 샛별 같은 예수님의 등대 불빛을 만났기에 더 이상 방황하지 않고 길을 찾게 된 것이 감사해 자매들 몰래 눈물을 찍어내야 했다.

어느 새 세월호 참사 1주기. 사랑하는 나의 조국도 하루빨리 길을 찾기를 기도하며 간절한 내 마음을 담아 이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 “샛별이 등대란다. 길을 찾아라∼.”

박강월(수필가, 주부편지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