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TPP 가입 퇴짜’ AIIB 참여 괘씸죄?… 사실상 창립멤버 물건너가

입력 2015-04-17 02:11

한국 정부가 미국 측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를 공식 문의했지만 미국은 현 시점에서 한국 참여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6일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지만, 사실상 창립 회원국 지위 확보는 어려워졌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에 따른 불이익을 받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TPP는 미국 주도로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미국, 일본 등 12개 참가국 국내총생산(GDP)을 모두 합하면 전 세계 GDP의 37.1%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TPP 협상은 현재 타결 막바지 수순을 밟고 있고 한국은 참여 선언 시기를 ‘협상 타결 이전’과 ‘타결 이후’를 놓고 고심을 거듭해 왔다.

WP 보도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문재도 산업부 2차관을 포함한 통상 관계자들은 지난 1일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웬디 커틀러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 대행과 캐롤라인 애킨슨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제경제담당 부보좌관을 만나 TPP 문제를 논의했다. 한국이 AIIB 가입을 선언한 지 5일 뒤의 일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 통상 당국 소식통은 이번 면담에 대해 ‘환영받지 못한 분위기(unwelcoming atmosphere)’라고 WP에 전했다.

이 소식통은 “원칙적으로 미국은 한국이 언젠가는 TPP에 참여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지만 ‘지금은 아니다’고 말했다”면서 “미국은 현재 참여 중인 회원국들만으로도 복잡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트레버 킨케이드 USTR 대변인은 “USTR은 TPP에 대한 한국의 관심을 환영했고 커틀러 대행과 문 차관의 면담은 유익한 토론이었다”면서도 “우리는 현재 회원국만으로 TPP를 체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한국의 협상 타결 이전 참여가 어렵다는 점을 공식 확인한 셈이다.

정부는 협상 타결 이전 참여를 문의했다는 WP 보도를 부인했다. 문 차관은 “공식적인 자리는 아니었고 TPP 참여를 문의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산업부도 TPP 참여 문제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미국 측에 문의할 사안이 아니고, 현재 진행 중인 협상이 타결되기 전에 가입을 추진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한국의 TPP 협상 타결 이전 참여가 어려워지면서 TPP 참여를 위한 ‘입장료’는 더 비싸질 전망이다. 미국은 일본처럼 쌀 시장 개방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고, 창립 회원 12개국 중 한 국가라도 반대하면 참여가 불가능하다. 또 협상 타결 뒤 가입을 선언할 경우 12개국이 한국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놓은 양허안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TPP 협상이 타결돼 협정문이 공개되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뒤 참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