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의 16일 청와대 회동 결과는 한마디로 실망스럽다. 정국을 달구고 있는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 특단의 대책이 발표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까지 있었으나 ‘다녀와서 결정하겠다’는 대통령의 발언이 핵심이었다. 이날부터 27일까지로 예정된 남미 4개국 순방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뒤 후속조치들을 취하겠다는 의미다. 앞으로 12일 간 성완종 파문을 이렇게 수습하겠다는 박 대통령 언급은 없을 것 같다. 박 대통령이 외국에 나가 있는 동안 정국은 극도로 혼미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참으로 걱정스러운 국면이다.
민감한 시기에 출국한 박 대통령 마음도 편치는 않을 듯하다. 또 현 정부 실세들에게 거액을 건넸다는 성 전 경남기업 회장 발언의 진위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여서 박 대통령이 분명하게 발언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전날 “부정부패의 책임이 있는 사람은 누구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데 이어 김 대표와의 독대 자리에서 “진실 규명에 도움이 된다면 특검 도입을 마다할 이유가 없으며, 의혹을 완전히 해소하기 위해 어떤 조치라도 검토할 용의가 있다”는 원론을 강조한 까닭도 금품수수를 둘러싼 사실관계가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더라도 아쉬운 점이 많다. 김 대표는 성완종 파문에 대한 여러 의견들을 박 대통령에게 가감 없이 전달했고 말했다. 여론은 악화되고 있다. 현 정부 최대 위기라는 진단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작 대통령에게 위기감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부정부패를 뿌리 뽑는 정치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말 대신 최소한 ‘귀국한 뒤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결단을 내리겠다’는 정도의 발언이 나왔어야 했다. 출국 당일 날에 김 대표를 갑자기 청와대로 부른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 성 전 회장이 숨진 지 일주일이 넘었다. 김 대표와 좀 더 일찍 만났어야 했다.
[사설] 박 대통령과 김 대표 회동, 위기감이 안 보인다
입력 2015-04-17 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