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와 함께… 한국경제 잃어버린 1년] 가라앉은 경제, 떠오를 조짐이 안보인다

입력 2015-04-17 02:49

“최근 세월호 사고 여파로 소비심리 위축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 사고로 인해 서민경기가 과도하게 위축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 다음 달인 지난해 5월 9일 청와대에서 긴급 민생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한 말이다. 이후 정부는 경기 활성화를 위해 여러 차례 대책을 발표했지만 아직도 체감경기와 경제지표 모두 본격적인 회복과는 거리가 멀다.

◇회복되지 않는 경제지표=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는 101이다. 세월호 참사 직후인 지난해 5월(104)보다도 낮다. 소비자심리지수는 경제상황에 대한 종합적인 소비자심리지표다. 여러 가지 경제여건을 종합하면 세월호 참사 직후보다 나아진 것이 없다는 게 소비자들의 인식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16일 ‘최근 체감경기의 특징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국민의 체감 경제성장률은 -1.1%로 2014년 4분기 기준 실제 경제성장률 2.7%보다 3.8% 포인트나 낮다”며 “체감경기 개선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민들은 경기 후퇴에도 물가상승률은 높다고 느끼고 있어 국민의 체감 경기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상태)인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는 “경기는 미약하나마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진단만 되풀이했다. 지난해 7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새 경제팀이 출범한 이후에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최경환 경제팀은 내수 활성화, 민생 안정, 경제 혁신을 목표로 내걸었다. 그러나 최악의 전세대란 속에 ‘빚내서 집사라’는 부동산 부양정책만 도드라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세 차례 기준금리를 낮추면서 연 1.75%라는 초저금리 시대가 열린 것도 부동산 시장을 부채질하고 있다. 그러나 가계부채가 폭증하는 가운데 향후 금리 인상기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저소득층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조급한 압박 효과 못내=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는 경제회생의 골든타임을 강조하며 경제 주체들을 압박해 왔다. 최 부총리는 지난달 4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수요포럼 조찬강연에 나서 “3∼4월은 골든타임 중의 골든타임으로 이제는 골을 넣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노사정 대타협, 공무원연금 개혁에 힘을 불어넣기 위한 수사였다. 그러나 3월 말을 시한으로 추진하던 노사정 대타협은 결국 최종 결렬에 이르렀고 공무원연금 개혁도 공무원 집단의 엄청난 반발로 인해 표류하고 있다. 정부가 설정한 시간표는 사실상 지키기 어려워졌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차근차근 풀어내야 할 구조개혁 과제들을 밀어붙이기 식으로 풀려다보니 반발만 불러일으켰다.

응급 구조 상황에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시한을 뜻하는 ‘골든타임’이라는 용어를 경제 분야에 적용하는 것이 섣불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정한 시한 내에 가시적인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우리나라 경제가 회생 불능 상태에 빠진다는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이다.

민생·경제 개혁 관련 법안을 처리해야 하는 시점에 국무총리가 연루된 비리 의혹이 불거진 것도 악재다. 구조 개혁의 추진 주체인 정부와 정치권은 또다시 최우선 개혁 대상이라는 점만 부각되면서 개혁의 동력을 잃게 됐기 때문이다.

◇해답은 이미 나와 있다=박 대통령은 지난해 5월 긴급민생대책회의에서 “우리 국민과 기업들이 경건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일상적인 경제활동을 정상적으로 지속해 나가려면 무엇보다 조속한 사고 수습에 정부가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유가족 보상과 진상 규명 등 사고수습은 진전되지 않고 있다.

당시 박 대통령은 “경제에 있어 뭐니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심리가 아니겠는가. 이 심리가 안정돼야 비로소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며 “그런데 사회 불안이나 분열을 야기하는 언행들은 국민경제에 전혀 도움이 안 될 뿐 아니라 결정적으로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히려 세월호 참사 이후 1년 동안 정치권과 정부가 경제 회생과 국민의 심리 안정을 위해 과연 무엇을 했는지 의아해하는 국민들이 많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