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 차원에서 정부가 은산분리 규제(산업자본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은행 지분 4% 초과 보유 금지)를 완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한 태스크포스(TF)에서 재벌을 제외한 IT 기업이 진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무게가 실렸다. 점포 없이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거래 특성상 대면 실명거래 방식만 허용하는 금융실명법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금융연구원은 1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한국형 인터넷전문은행 도입방안 공개세미나’를 개최했다. 지난 1월부터 관계기관과 법률전문가, IT 회사 등이 참여한 인터넷전문은행 TF 논의결과를 정리하는 차원이다. 금융위원회는 TF 논의결과를 토대로 오는 6월 말까지 인터넷전문은행 도입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인터넷전문은행 도입과 관련해 가장 큰 쟁점은 은산분리 규제 완화와 비대면 실명거래 허용 여부다. IT 기업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지만 삼성 등 재벌기업까지 참여할 경우 사금고화를 부추긴다는 비판여론이 많다. 이에 대해 ‘은행 소유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한 법무법인 태평양의 조정래 변호사는 “현행법은 재벌뿐 아니라 중소규모의 일반 비금융사업자까지 모두 규제해 IT 기업들도 원천 배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변호사는 “은산분리 규제 취지에 따라 재벌에 대해서는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불허하되 법상 규제대상인 산업자본의 비금융 자산총액 기준을 2조원에서 5조원으로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은산분리가 규제하는 산업자본 범위가 포괄적이기 때문에 이를 공정거래법상 규제를 받는 재벌(자산 5조원 이상)만 제한해 중소 IT 기업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대신 대주주와의 거래를 규제하고,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이 보완책으로 제시됐다. 현재 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하는 산업자본의 의결권 있는 지분 보유한도를 4%에서 최대 30%가량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연구원 서병호 박사는 비대면 실명확인 방식을 허용하는 대신 온라인상 본인확인 단계를 여럿 두는 방안을 제시했다. 신분증 사본 확인과 영상통화, 우편 확인, 기존계좌 검증 등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반면 최소자본금 요건(시중은행 1000억원, 지방은행 250억원)은 유지될 가능성이 커졌다. 초기 대규모 적자 가능성 때문에 완충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일본·유럽 등 해외에서도 실제 최소자본금 기준이 우리와 비슷하거나 높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축사에서 “온라인을 통한 금융서비스가 날개를 활짝 펼 수 있도록 제도와 규제를 재설계하겠다”며 “걸림돌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치우겠다”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은산분리·비대면실명거래 규제완화 가능성…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속도 낸다
입력 2015-04-17 0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