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3위서 8위로… 은행지점장도 ‘女風당당’

입력 2015-04-17 02:10

은행권 유리천장에 금이 가고 있다. 치열한 영업일선에서 여성 지점장들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기존 남성 지점장들과는 다른 스타일의 리더십과 영업력으로 눈부신 성과를 내며 여풍(女風)을 이어가고 있다.

2013년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이 한국 최초 여성 행장으로 취임한 이후 은행권에 여풍이 불었다. ‘최초’의 이름표를 붙인 임원들이 은행마다 쏟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소수였다. 행원 가운데는 여성 직원이 많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육아문제 등으로 여성 직원 수는 확 줄어든다.

‘은행의 꽃’이라 불리는 지점장 역시 마찬가지다. 국민·신한·하나·우리·외환·농협·씨티·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등 시중 8개 은행의 지점 5796곳 가운데 여성이 지점장인 곳은 426곳에 불과하다. 100명 중 7명 수준이다.

여성 지점장들은 소수지만 치열하고 거친 영업현장에서 실력으로 승부하며 실적으로 존재감을 증명하고 있다. 지난해 1월 부임한 김지은 국민은행 화양동지점장은 2013년 938위였던 지점 성적을 전국 32위로 끌어올렸다. 성동지역본부 31개 영업점 중에선 1위다. 비결은 소통과 협업에 있다. 김 지점장은 ‘멘토-멘티제도’를 도입하고, 근무 중 있었던 에피소드와 우수사례를 서로 공유해 실제 상황에 잘 대처할 수 있도록 직원들을 다독였다. 실전 대비를 위해 상품판매 연습도 자주하게 해 자신감을 키워줬다.

국민은행 아시아선수촌지점은 지난해 893위였던 성적이 올해 8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김을희 지점장이 부임한 지 네 달 만이다. 부지점장을 거쳐 지점장으로 승진한 그는 직접 발로 뛰며 기존 거래처 사람들과 관계를 맺었다. 업무량을 개인별로 적절히 분배해 생산력을 높이는 한편 팀워크를 끈끈하게 다졌다.

국민은행 서초로지점 윤재원 지점장, 신한은행 전남 광주 봉선동 지점 윤영숙 지점장 역시 괄목상대할 만한 실적 향상을 이뤄냈다. 윤 지점장은 2013년 부임 후 2년 연속 지역본부 실적 1위를 지켰다.

시중은행의 한 여성 임원은 “은행원은 사람을 만나는 직업인 만큼 소통에 능하고 꼼꼼하게 일을 처리하는 여성들이 유리한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 지점장, 임원 등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