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에 대한 사퇴 여론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 총리의 잦은 해명 번복이 스스로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총리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한 해명 가운데 과거의 언행과 다른 부분이나 번복된 것이 많기 때문이다. 야권은 이를 근거로 이 총리의 금품수수 의혹 부인도 “믿을 수 없다”며 공세를 펼쳤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이 ‘거짓말 총리’라며 본격적인 공격을 시작한 것은 이 총리가 2012년 대선 당시 선거 활동에 대한 해명을 번복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 총리는 13일 대정부 질문에서 “혈액암으로 투병생활을 하고 있어서 대선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대선과 무관함을 강조했다. 그러나 곧이어 새누리당 충남도당 명예선대위원장 위촉 사실이 나오자 “유세장에는 한두 번 갔지만 실제 선거운동은 못했다”고 번복했다. 14일 충남 천안에서의 대선 유세활동 동영상이 공개된 후에는 “유세를 몇 번 한 것 같다”고 말을 바꿨다. 야당 의원들의 비판과 추궁이 이어지자 이 총리는 15일 “중앙당 차원에서 선거운동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3000만원을 건넨 날로 지목한 2013년 4월 4일 성 전 회장과의 독대 여부에 대해서도 이 총리는 15일 “독대한 적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지만 16일에는 “만난 기억이 없지만, 현재 더 알아보고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 총리는 또 “4월 4일은 후보등록 첫날인데 오후 2시30분에 제가 등록한 것 같다”고 밝혔다가 “본인이 직접 (후보) 등록한 게 아니라 대리인을 통해 등록했다”는 문자메시지를 언론에 돌리기도 했다.
태안군의회 관계자들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건 사실을 해명하는 과정에서도 이 총리는 전날과 다른 답변을 내놨다. 이 총리는 13일 성 전 회장으로부터 구명 전화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제가 쓰는 스마트폰은 한 대”라고 밝혔지만 다음날 “저는 전화기가 두 대인데 (전화 연결이 안 된다 해서) 다른 전화기로 할 이유가 없다”고 말을 바꿨다.
한때 대정부 질문 보이콧까지 검토했던 새정치연합은 이 총리의 해명 번복이 이어지자 이를 오히려 공격의 포인트로 삼았다. 새정치연합 원내지도부 한 의원은 “이 총리가 말을 하면 할수록 스텝이 꼬이고 있지 않느냐”며 “(이 총리의) 발언을 막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발언을 더 많이 하게 해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야당에)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자신을 ‘거짓말 총리’로 몰아가는 것에 대한 억울함을 적극 호소했다. 이 총리는 16일 대정부 질문에서 ‘자꾸 말을 바꾼다’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몇 년 전 일을 짧은 시간 내에 아주 정확하게 답변하는 측면에서는 착오가 있을 수 있다”며 “큰 흐름에서 제가 답변의 내용을 바꾸지 않았고, 큰 틀의 거짓말은 없다”고 강조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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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4-17 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