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비서실장 역할을 했던 박모(49) 상무는 “이완구 국무총리가 성 전 회장을 모른다고 말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검찰 특별수사팀의 압수수색이 종료된 16일 경기도 고양시 자택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 총리가 처음에 모른 척한 것은 (도리가) 아닌 것 같다”며 “(성 전 회장) 상가에 갔을 때에도 서산에 계신 분들은 이 총리의 말에 불쾌해했다”고 말했다.
성 전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8명 가운데 유독 이 총리에게 각을 세우고 있다. 이 총리가 성 전 회장과의 인연 자체를 ‘사소한’ 것처럼 부정하는 모습이 진실하지 않다는 비판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제기된 인사 8명이 하나같이 “성 전 회장과 별다른 교분이 없다”는 식으로 말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최근 7년여간 성 전 회장의 운전기사로 일한 여모(41)씨는 “이 총리는 충청권 행사가 있으면 항상 참석해 성 전 회장을 만났다”며 “(이 총리가) 성 전 회장과 독대한 적이 없다는 해명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충남 서산 지역에서 성 전 회장을 알고 지냈던 한 정치권 인사도 “이 총리가 친하지 않다고 말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오래전부터 아는 사이라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런 날 선 반응은 성 전 회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 직전 자신을 겨냥한 검찰 수사의 배후로 이 총리를 지목한 영향으로 보인다. 공개된 성 전 회장의 인터뷰 녹취록에 따르면 그는 유독 이 총리를 강하게 비난했다. 48분 남짓 진행된 통화에서 성 전 회장은 이 총리를 모두 아홉 번 언급했다.
이 총리는 지난 8일 기자회견 직후 성 전 회장과 만났던 측근에게 15차례 전화를 걸어 “무슨 이야기를 나눴느냐”고 고압적으로 따져 묻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이 같은 성 전 회장 측근들의 반응을 두고 경남기업의 경영 비리에 대한 수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피해자’ 처지를 부각하려는 노력이란 해석도 제기된다.
이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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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4-17 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