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반기문이 김정은 손들면 세계가 뒤집혀”… ‘반기문 대망론’ 성 前 회장이 기획했나

입력 2015-04-17 02:58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반기문 대망론’을 띄운 핵심 인물로 부각되고 있다.

성 전 회장이 자원외교 비리와 관련해 검찰의 ‘표적 수사’를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자신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가까운 관계를 그 이유로 꼽았기 때문이다. 충청권 맹주인 이완구 국무총리가 차기 대선에서 충북 출신의 반 총장을 경쟁자로 의식해 반 총장 띄우기에 나선 성 전 회장을 공격했다는 얘기다.

성 전 회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인터뷰에서 “(나에 대한 수사는) ‘이완구 작품’이라고 한다”면서 “(이완구 총리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의식해서 (수사하는 것이라는) 얘기가 많았다”고 말했다.

16일 정치권 안팎에서는 실제 성 전 회장이 차기 대권주자로 반 총장을 밀었다는 말들이 나왔다. 성 전 회장이 주도한 충청포럼을 중심으로 여야를 가리지 않고 반 총장 띄우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반 총장은 충청포럼의 창립 멤버였고, 반 총장의 동생도 경남기업 고문으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성 전 회장은 예전부터 반 총장에게 관심이 있었고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 주장했다.

야권에서도 반기문 대망론의 진원지로 성 전 회장을 지목했다. 성 전 회장이 야권 인사를 만나 반 총장과 동교동계가 힘을 합해 그를 차기 야권 대선주자로 밀어주자는 제안을 했다는 얘기도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총재가 ‘DJP 연합’을 통해 정권을 창출한 시나리오를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성 전 회장은 동교동계 인사들에게 자주 연락을 했고 나한테도 만나자고 했지만 거절했다”면서 “충청권과 호남권이 힘을 합치는 ‘뉴 DJP 연합’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새정치연합 권노갑 고문이 지난해 11월 반 총장의 야권 대선후보 출마 가능성을 타진했다는 반 총장의 측근 역시 성 전 회장으로 알려졌다. 성 전 회장은 또 야권 인사를 만나 “(반 총장이) 북한에 가서 김정은(북한 노동당 제1비서)을 만나 손을 들면 세계가 뒤집힌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벼랑 끝에 몰렸던 성 전 회장이 이완구 국무총리를 향한 원망을 표출하는 과정에서 나온 ‘공격성 발언’이라는 반론도 제기됐다. 한 충남도의원은 “실제 성 전 회장이 반 총장과 가까운 관계였는지는 의문”이라며 “자신의 구명 요청에 원칙적으로 대응했던 이 총리에 대해 섭섭한 마음이 컸기 때문에 한 말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충청권 인사는 “성 전 회장이 추측성으로 남긴 말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이 총리는 지난 13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성 전 회장이 반 총장의 대선 출마와 관련해 적극적 역할을 하면서 이 총리에게 찍혔다는 말이 있다”는 의혹 제기에 “나는 대권에 가 있는 사람도 아니고, 대권에 관심이 있는 사람도 아닌데 하물며 그런 엄청난 이야기를 누가 하는지 모르겠다”고 답변했다.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