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판 커진 ‘빌트인’… 마케팅 경쟁 뜨겁다

입력 2015-04-17 02:05 수정 2015-04-17 18:32
지난 6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삼성디지털프라자 삼성 빌트인 전시장(위쪽 사진)와 LG베스트샵 내 빌트인 전용 스튜디오 ‘LG 디오스 빌트인’ 모습. 수납장과 가전제품, 주방이 잘 어우러져 공간 활용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위치한 삼성디지털프라자. 3층에 도착하자 전면에 위치한 ‘삼성 빌트인 전시장’가 한눈에 들어왔다. 얼핏 보면 평범한 원목 수납장이었지만 ‘이곳을 열어보세요’라는 스티커가 부착된 부분을 열었더니 김치냉장고가 숨어 있었다. 도로 건너편에 위치한 LG전자의 LG베스트샵 강남본점에도 ‘디오스 빌트인’이라는 전용 스튜디오가 마련돼 있었다. 가스렌지 상단 후드부터 개수대까지 완벽하게 주방 형태로 꾸며놓은 이곳에서 LG전자는 기존 제품을 함께 빌트인으로 묶는 ‘세미 빌트인’ 냉장고 제품을 전시 중이었다.

기존 제품 규격에 맞게 앞으로 튀어나온 냉장고의 한 부분을 벽 쪽으로 밀었더니 약 30㎝의 여유 공간이 생기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빌트인 제품은 가구에 밀착해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제품 발열을 낮추고 통풍을 할 수 있는 특수 기술이 적용된다. 이 때문에 가격이 일반 가전보다 1.5배 정도 비싼 편이다. 기존 제품보다 선택 폭이 넓지도 않다. 예전에는 이러한 이유로 아파트 건설 단계에서 B2B(기업 간 거래) 방식에 한해 빌트인 가전을 설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최근에는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일반 소비자들의 수요도 늘고 있다. 특히 전세난에 소형 아파트를 구매하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빌트인 가전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져 시장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일반 냉장고의 경우 벽에서부터 약 90㎝ 정도 튀어나오게 되지만 빌트인 전용 제품의 경우 60㎝로 30㎝가량의 공간을 더 활용할 수 있다. 사실상 제품 하나가 튀어나오게 되면 같은 라인의 주방 인테리어 공간도 여기에 맞춰 설치되기 때문에 냉장고 30㎝의 차이는 3.3㎡를 넓히는 효과를 주는 셈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빌트인 가전의 경우 고가이기 때문에 주 고객층이 40, 50대지만 최근에는 소형 아파트를 계약한 신혼부부들의 상담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테리어 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일반 가전제품의 경우 색상이 정해져 있어 자신이 설계한 주방 디자인과 통일감을 주기 어렵다. 반면 빌트인 제품은 주변 가구 소재와 색상에 맞춰 제품에 얇게 판을 붙이는 방식으로 ‘나만의 가전’을 만들 수도 있다.

‘프리미엄 가전’으로 분류되는 빌트인 가전 시장을 잡기 위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제품군을 확대하고 주방가구 업체와 손잡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세탁기, 냉장고는 물론 오븐, 식기세척기 등 프리미엄급 라인업을 구성했다. LG전자는 양문형 냉장고부터 냉동·냉장 전용고, 광파오븐, 전자레인지, 후드 등을 판매 중이다. 두 업체 모두 한샘과 손잡고 주방가구 상담도 연결해 제공한다.

글·사진=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