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리 사회의 참담한 현주소, 세월호 1주기 풍경

입력 2015-04-17 02:40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은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방문해 대국민 발표문을 읽은 전남 진도군 팽목항의 풍경은 지금 대한민국의 참담한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치유되지 않은 아픔, 갈등과 불신, 공동체의 분열, 증오와 민망함, 공감 부족, 그리고 지난 1년 동안 달라진 게 없다는 자괴감….

박 대통령은 희생자·실종자 가족들을 직접 만나 위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가족들은 대통령이 오기 전에 임시 분향소를 폐쇄하고 아예 팽목항을 떠나버렸다. 박 대통령과의 만남을 의도적으로 거부한 것이다. 대통령은 가족들을 만나지도, 헌화와 분향도 하지 못했다. 희생자·실종자 가족들이 없는 팽목항 방파제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가족들을 위로하며 미래를 다짐하는 박 대통령의 대국민 발표문은 공허하다.

대한민국이, 우리 사회가 왜 이 지경까지 왔는가. 가장 큰 원인은 저변의 민심을 아우르지 못하는 정치권과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행태에 있다. 이들은 세월호 1년 동안 진정어린 공감을 하지 못했다. 하지 못한 정도가 아니라 세월호를 애써 멀리하거나 정파적 이익에 활용하기도 했다. 결국 정치권은 갈등 증폭 기능만 해댔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사회 기득권층에서 매우 미흡했다. 참사를 보듬어가는 과정에서 보여준 일부 정치인들의 천박함과 경박성은 우리 사회 수준의 단면이다. 세월호 1년은 정치·사회·경제의 상층부를 점유하고 있는 기득권층의 철저한 반성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 시민사회도 마찬가지다. 보수든 진보든 무책임한 세력들이 수준 이하의 언동으로 상대를 향한 증오심을 부추기는 선동을 했다. 그들은 또 하나의 기득권층이자 적대적 공생 관계를 누리는 세력들이다. 그래서 세월호 1년은 시민사회의 성숙함도 함께 요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발표문을 통해 이른 시일 내에 세월호를 인양하고, 실종자가 가족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며, 배·보상도 제때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보다 빠른 시점에, 희생자·실종자 가족들에게 다가가 같은 눈높이에서 소통했더라면 훨씬 더 좋은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대통령과 참모진, 집권 세력의 공감 부재는 더 이상 지적하고 비판하기도 민망할 정도다.

세월호 참사와 이후 정부의 대응은 국민들로 하여금 ‘과연 국가라는 존재는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넘어서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생각케 한다. 박 대통령은 1년 전 ‘국가 개조’를 선언했지만 진전은 없다. 적폐는 그대로 쌓여 있다. 정치권은 부패로 얼룩져 있다. 이제는 시민사회가 성숙해지는 수밖에 없다. 시민사회의 성숙으로 정치권과 사회 지도층의 변화를 견인해 나가는 것이 국가 개조를 위한 더 빠른 길이다. 이것이 세월호 1년에서 배우는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