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연예인, 물의 한 번이면 하차하는데 열 술 더 뜨는 정치인들은 끄떡없다?

입력 2015-04-17 02:43

[친절한 쿡기자] ‘한국에서 가장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는 직업은 연예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막말이나 욕설을 한 것이 드러나면 곧바로 출연 중인 방송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기 때문이죠. 가차 없는 단죄를 받는 겁니다.

함부로 내뱉은 말을 두둔할 생각은 없지만 더 심한 망언과 좋지 않은 행동을 하고도 아무 일 없다는 듯 활동하는 정치인과 비교됩니다. 심지어 책임지는 시늉조차 하지 않는 경우도 있죠. 이러니 정치판에도 연예계 자진 하차 관행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옵니다.

개그맨 장동민은 최근 ‘국민예능’이라 불리는 MBC ‘무한도전’의 새로운 멤버로 유력하게 거론되다 느닷없이 1년 전 발언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논란을 빚다 하차했습니다. 그는 인터넷 방송에서 “여자들은 멍청해서 머리가 남자한테 안 된다” “처녀가 아닌 여자는 참을 수 없다”는 막말도 모자라 욕까지 했습니다. 개인 방송이었고 사과한 적도 있지만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했습니다.

방송인 김구라도 비슷하게 하차한 적이 있습니다. 무명시절 인터넷 방송에서 일본군 위안부를 창녀에 비유했습니다. 그는 피해 할머니들을 찾아가 사과하고 한동안 자숙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배우 이태임은 촬영 현장에서 가수 후배에게 욕설한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큰 비난을 받았고 결국 모든 연예활동을 중단했습니다. 가수 김진표는 인기 육아 예능 프로그램에 합류했다가 극우 성향 커뮤니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용어를 썼던 게 알려지자 빛의 속도로 하차했습니다.

혹자는 연예계의 이런 관행이 가혹하다고 말합니다. 실수 한번으로 밥줄을 끊으면 되겠느냐는 건데요. 동료에게 막말했다고 회사에서 바로 잘린다고 생각하니 억울한 마음이 듭니다. 그러나 연예인은 팬들의 사랑으로 살아가니 그들의 뜻이 그렇다면 수긍해야겠죠.

정치인으로 시선을 돌려봤습니다. 막말보다 더한 언행을 일삼고도 딱 잡아떼거나 번복하면서 아무렇지 않은 듯 정치 인생을 이어갑니다. ‘성완종 게이트’로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는 이완구 국무총리는 지난 2월 인사청문회 당시 “방송 패널을 빼라고 메모 넣었더니 바로 빼더라” “대학 총장 시켜주고, 교수 만들어준 적도 있다”는 망언을 늘어놓은 녹취록이 공개됐지만 “정신이 혼미해 기억이 정확하지 못하다”는 어이없는 해명으로 넘어갔습니다. 장동민처럼 자진 하차로 책임지는 건 언감생심이었습니다. 연예인 사태마다 쌍심지를 켜는 대중이 그때 도시락 싸들고 총리 인준을 말렸더라면 하는 씁쓸함이 남습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