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지붕 뚫고 하이킥… 가구당 평균 2억 첫 돌파

입력 2015-04-17 02:46

“금리가 낮으니 집주인들이 전세를 놓지 않죠. 하지만 매물을 찾는 수요는 꾸준하다 보니 전세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서울 양천구의 I부동산공인중개소 관계자는 16일 “전세 물건을 구하러 중개사무소를 찾은 뒤 발길을 돌리는 분들이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예산을 뛰어넘는 높은 전세가에 상담만 하다 돌아가는 세입자들도 많지만 아예 매물이 없어서 빈손으로 사무실 문을 나서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전세 대신 월세를 알아보거나 이참에 집을 구하려는 문의가 간혹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전세를 원하는 수요가 압도적”이라며 “전세가가 어디까지 뛸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전세 2억원 시대’가 시작됐다. 최근 끝없는 상승세를 보였던 아파트 전세가가 전국 가구당 평균 기준으로 사상 처음 2억원을 돌파했다. 저금리에 따른 매물 부족과 꾸준한 수요가 서로 맞물려 앞으로도 상승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114는 4월 현재 전국의 아파트 가구당 평균 전셋값을 2억93만원으로 집계했다고 밝혔다. 1억원을 넘어선 것이 2006년 3월로 불과 9년 만에 배로 뛴 셈이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1억9980만원이었다.

시·도별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서울이 3억5420만원으로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았고, 경기도가 2억1145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 지난해 집값 상승률 1위를 기록한 대구가 1억9688만원을 기록했고 부산 1억7256만원, 인천 1억6190만원, 울산 1억6154만원 등 순이었다.

집값 상승률은 전세가 상승률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2006년 3월 2억1516만원에서 올해 4월 현재 2억8908만원으로 34.4%인 7392만원이 상승했다. 이 기간 전세에 들어 사는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는 의미다. 특히 전남·강원·전북·경북·광주·충북·제주·충남·경남 9개 시·도는 4월 현재 매매가격이 1억1000만원에서 1억9000만원 수준으로 전국 평균 전세가보다도 낮았다.

부동산114 김은진 팀장은 “전세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여전한 만큼 오름세는 지속될 전망”이라면서도 “다만 2011∼2014년 아파트 신규 분양이 크게 늘었던 지방의 경우 입주가 본격화되면 전셋값이 숨고르기에 들어가거나 조정을 받는 지역이 생겨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주간 전셋값 상승폭도 확대됐다. 한국감정원은 13일 기준 전국 아파트 주간 전세가격이 0.24% 올라 전 주 0.21% 대비 상승폭이 커졌다고 밝혔다. 규모별로는 85㎡ 초과∼102㎡ 이하가 0.32%, 102㎡ 초과∼135㎡ 이하가 0.27% 상승하는 등 중·소형이 전세가 상승세를 견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정원은 “임대인의 월세 선호 현상이 확산되며 전세 매물 부족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소형 단지를 중심으로 막바지 봄철 이사 수요가 집중되면서 지난주 대비 상승폭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