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월 만에 전남 진도군 팽목항을 찾은 박근혜 대통령은 방파제 위에서 대국민 발표문을 읽어 내려갔다. 주위에는 희생자 유족도, 실종자 가족들도 없었다.
세월호 참사 1주기인 16일 박 대통령은 팽목항에서 이들을 만나 위로할 예정이었지만, 가족들은 박 대통령이 도착하기 전 이미 떠나버린 상태였다. 분향소 역시 이들에 의해 임시 폐쇄돼 있었다. 정부의 세월호 진상규명 의지가 여전히 미약하다는 데 대한 항의 표시였다.
검은색 정장 차림의 박 대통령은 도착 직후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과 참사 당시 해수부 장관이던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 이낙연 전남도지사 등의 안내를 받아 분향소로 향했다. 하지만 분향소의 문이 굳게 닫혀 있는 바람에 헌화와 분향은 하지 못했다.
대신 박 대통령은 분향소 앞에 있던 실종자 9명의 사진을 하나하나 바라봤다. 유 장관과 이 의원이 실종자들의 사연을 설명했고, 박 대통령은 아무 말 없이 들었다.
이어 분향소 옆에 있던 실종자 가족의 임시숙소를 둘러본 뒤 300∼350m 떨어진 방파제로 이동했다. 200m 정도 길이의 방파제에 내걸린 현수막을 꼼꼼하게 읽기도 했다. 방파제 중간쯤에서 박 대통령은 바다를 뒤로하고 대국민 발표문을 읽었다.
박 대통령은 “1년 전 오늘 우리는 온 국민에게 충격과 고통을 안겨준 세월호 사고로 너무나 소중한 많은 분들을 잃었다”는 말로 발표문 낭독을 시작했다. 이어 “사랑하는 사람을 갑자기 보낼 수밖에 없던 그 비통한 심정과 남은 가족들이 짊어져야 할 고통의 무게를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고 아프다”고 했다. 또 “아직도 저 차가운 바닷속에서 돌아오지 못하는 9명의 실종자를 생각하면 가슴이 저며온다”면서 “갑자기 가족을 잃는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그 아픔이 지워지지도 않고 늘 가슴에 남아서 삶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도 제 삶을 통해서 느껴왔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발표문을 읽은 뒤 팽목항을 떠났다. 당초 40분 정도 머물 예정이었으나 유가족과의 만남이 불발되고 분향소도 폐쇄되면서 20분가량만 있다가 서울로 향했다. 이병기 비서실장과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박흥렬 경호실장, 민정수석을 뺀 나머지 9명의 수석비서관, 국가안보실 1차장, 대변인 등 청와대 관계자가 수행했다. 박 대통령이 팽목항에서 이동하는 과정에서 일부 시민들이 항의 피케팅을 하기도 했다.
남혁상 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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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4-17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