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잘 키우고 제게 일할 기회 준 학교에 감사”… 환경미화원이 대학 장학금 1000만원 기탁

입력 2015-04-17 02:12

“그동안 마음은 있었지만 먹고살기 바빠 이웃을 돌아볼 엄두를 내지 못했어요. 어려운 학생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마중물이 되길 바랍니다.”

대학 캠퍼스에서 29년간 묵묵히 청소를 해온 50대 환경미화원이 전 재산과 다름없는 1000만원을 대학 장학금으로 기탁했다. 부경대 총무과 소속 환경미화원 양해숙(57·여·사진)씨는 16일 이 대학 김정욱 총무과장에게 1000만원을 건넸다.

양씨는 “적은 돈이지만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사용해주면 좋겠다”며 “우리 아이들이 착하고 성실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잘 교육시켜주고, 저에게 일할 기회를 준 학교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양씨의 외아들은 2008년 부경대를 수석졸업하고 현재 대기업에 근무 중이다. 양씨는 “아들이 대학 다닐 때 교정에서 쓰레기 가득한 손수레를 끄는 나를 발견하면 달려와 일을 돕고 친구들에게도 서슴없이 ‘얘들아, 우리 엄마다’라고 소개하며 함께 리어카를 밀었다”고 자랑했다.

그의 아들은 대기업 취업 면접 때도 “우리 어머니는 제가 나온 부경대에서 청소를 하시는 분입니다. 그래서 저는 더욱 열심히 공부했습니다”라고 당당히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양씨는 결혼 초 남편의 박봉에 시어머니를 모시고 함께 살아가기가 힘들어 28세 때 어린 남매를 두고 당시 부산공업대 청소원으로 취직했다. 부산공업대는 1996년 수산대와 부경대로 통폐합했다. 양씨의 딸도 열심히 공부해 대학 졸업 후 결혼해 일본에서 메이크업 사업을 하고 있다. 부경대 김 과장은 “양씨는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고 즐겁게 하며 주위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미소천사’”라고 소개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