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준동] 아인슈타인의 첫사랑

입력 2015-04-17 02:09

2012년 개봉된 영화 ‘건축학개론’은 아련한 첫사랑을 그려 공전의 히트를 쳤다. 숫기 없는 스무 살 승민(이제훈)과 음대생 서연(수지)의 풋풋한 사랑 얘기는 잔잔한 여운을 남겼다. ‘우리는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라는 타이틀을 보면서 한번쯤 ‘첫사랑의 추억’에 빠졌을 것이다.

천재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도 첫사랑을 잊지 못했던 것 같다. 아인슈타인은 스위스의 아르고비안 주립고교를 다니면서 첫사랑을 한다. 아르고비안 고교 선생인 요스트 빈텔러의 집에서 하숙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운명적으로 첫사랑을 만난다. 빈텔러의 딸이자 두 살 연상인 마리가 그 주인공이었다. 아인슈타인의 나이 17세 때였다. 방학 때 독일로 건너온 뒤 마리의 ‘매력적인 편지’에 이렇게 답장을 했다.

“편지를 읽으며 나는 무한히 행복했다. 사랑하는 나의 작은 태양이 나를 얼마나 행복하게 하는지, 내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이제야 알았다. 내게는 당신이 지난날의 온 세상보다 더 뜻 깊다.”

둘의 사랑은 오래가지 못했다. 아인슈타인이 취리히연방공대에 진학하면서 사이가 멀어졌다. 물리학과 동기였던 세르비아 출신의 밀레바 마리치와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된 마리는 “잔인하다”고 했다.

아인슈타인은 1903년 마리치와 결혼하게 된다. 그렇게 마리와의 인연도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아내와의 불화가 계속되자 그는 첫사랑을 다시 찾는다. 수시로 러브레터를 보내 마리에 대한 그리움을 토로했다. 아내가 둘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도 “매 순간 당신을 생각한다. 나는 정말 불행한 남자”라고 썼을 정도다. 마리의 반응은 신통찮았던 것 같다. 스위스 베른역사박물관이 15일 최초로 공개한 아인슈타인의 연애편지를 보면 일부가 조각조각 찢겨 있다. 전시실에는 ‘마리가 편지를 찢었을까?’라는 안내 문구가 붙어 있다. 누가 그랬던가. 첫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다고.

김준동 논설위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