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지났다. 상처는 더 깊어졌고, 그리움은 쌓여만 갔다. 그렇게 잔인한 4월과 다시 마주했다. 앞으로 이 상처를 어떻게 치유하고 극복해야 하는가. 4·16 참사 1주기를 맞아 목회자와 신학자들이 ‘세월호’ 속에서 그리스도인들의 역할 등을 생각한 책을 출간했다.
‘4·16이 남긴 것’이란 부제를 붙인 ‘헤아려본 세월’(포이에마)은 세월호 사건이 그리스도인들에게 남긴 질문과 과제를 다뤘다. 우리 교육의 현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에 대한 비판적 성찰도 살펴볼 수 있다.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 외에 10명이 집필을 맡았다.
이 교수는 ‘세월호 참사 단상’이라는 글에서 세월호 사고 당일부터 최근까지의 추이와 쟁점들을 자세히 기록했다. 사고 원인에서부터 사고가 ‘참사’가 될 수밖에 없었던 요인, 이후의 조치에 대한 의혹과 책임론,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 등을 한눈에 읽을 수 있다. “그동안 한국 정치사에서 가장 안타까운 모습의 하나는 ‘권력의 청와대 집중화’ 현상이라고 할 것이다. 이것은 정부 집행능력의 신속화·효율화라는 측면에서 용납되어왔다. 그러나 이번 세월호 사건과 같은 경우에는 권력이 집중되어 있는 청와대가 움직이지 않으면 정부의 어느 부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그것이 엄청난 인명피해를 가져온 대형 참사로 빚어진 것이다. 청와대 책임론이 계속 강조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15쪽)
미국 와싱톤한인교회 김영봉 목사는 ‘세월의 영성’ 글에서 “오늘날 한국 교회를 점령하고 있는 ‘세상을 등지는 영성’과 ‘세상에 집착하는 영성’을 거부하고 이 땅에서 하나님나라를 위해 살아가는 진정한 ‘세월(世越)의 영성’을 품어 세상을 좀더 정의롭게 은혜가 넘치는 세상으로 바꿔가기를” 기대했다(47쪽). 특히 그는 고난에 처한 이들과 함께 있어줄 것을 권면하면서 “성령의 별명이 ‘위로자’가 아니던가? 진정한 위로와 치유는 성령께서 하신다. 성령께서 그 일을 완수하실 때까지 함께 있어주고 기도해주고 버텨주고 울어주는 것이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45쪽).
차정식 한일장신대 교수는 악의 문제에 대한 하나님의 부담과 인간의 책임을 조명했다. 러시아문학 연구자이자 자유인교회를 담임하는 천정근 목사는 세월호 참사 직후에 쏟아졌던 ‘도덕화’ 된 설교의 우매함을 질타했다. 이화여대 백소영 외래교수는 ‘슬픔과 분노를 공동 기억으로 승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세월절’을 지킬 것을 제안했다.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인 정병오 아현산업정보학교 교사는 우리 교육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크리스천 교사들의 자기반성과 다짐을 되새겼다. 책의 수익금은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자의 치유를 돕는 데 사용된다.
‘남겨진 자들의 신학’(동연)은 교파를 초월해 모인 20여명의 신학자들이 세월호 참사 이후의 신학을 말하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세월호참사대책위원회가 책 출간에 적극 참여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가 던진 신학적 키워드 네 가지를 꼽았다. 고통과 분노, 기억, 동행이다.
저자들은 세월호 사건 이후의 신학은 믿음을 다시 회복하도록 돕는 것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고통 중에서도 모든 것을 할 수 있도록 능력을 주시는 분, 그 예수님에 관한 믿음을 증언해야 한다. 예수님의 십자가를 통해 드러난 사랑을 전해야 한다.
그것을 한 마디로 함축한 게 “우는 사람들과 함께 우십시오”(롬 12:15)라는 바울의 말이다. 이것이 지금 한국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이를 ‘공감의 신앙’이라고 표현했다. 성공회대 신익상 교수는 “공감의 진정한 가치는 ‘함께’에 지향을 마련하고 실천하는 일”이라고 했다(70쪽).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보내면서 우리 신앙인들이 해야 할 것은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 유가족과 생존자들이 다시 미소를 찾을 때까지 그리스도인들은 끝까지 아픔을 함께 나눠야한다. 그렇게 같이 이 땅을 살아가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게 바로 말씀이다. 다시 성경으로 돌아가는 길 밖에 없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책과 영성] 함께 기도하고 함께 울어주라… 세월호 참사 되돌아보는 책 2권
입력 2015-04-18 0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