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지난 9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를 이완구 국무총리와 청와대의 ‘짝짜꿍’이라고 표현하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언급했다. 자신이 ‘반기문 대통령 만들기’에 나선다고 생각해서 이 총리 등이 견제하려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성 전 회장은 인터뷰에서 “내가 반기문과 가까운 건 사실이고, (반 총장) 동생이 우리 회사에 있는 것도 사실이고, 우리 (충청)포럼 창립 멤버인 것도 사실”이라며 “그런 요인이 제일 큰 거 아닌가”라고 했다. 이 총리와 관계가 나빠진 이유와 관련해 “옛날엔 좀 그랬었지만(관계가 나빴지만) 지금은 그렇지도 않은데 갑자기 그렇게 하네요”라며 “반기문을 의식해 가지고 계속 그렇게 나왔지 않느냐”고 말했다.
48분여간의 전화 통화에서 이 총리에 대한 반감과 서운함은 거듭된다. 성 전 회장은 “충청도에 있는 조그만 회사를 사정 대상으로 지칭을 하는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어 “프로들끼리 뻔히 보면 아는 것 아닌가. 그 양반은 너무 욕심이 많다”며 “남들을 나쁘게 많이 이용한다. 그렇게 이용을 해서 사람을 많이 죽이고 그런다”고 평가했다. “나같이 희생되는 게 나 하나로 (끝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성 전 회장의 ‘금품 메모’에 적혀 있는 유정복 인천시장은 인터뷰 녹취록에선 언급되지 않았다. 서병수 부산시장의 경우 이 총리의 2014년 재선거 출마를 얘기하는 대목에서 “(새누리당) 서병수 사무총장”이라고만 등장한다.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에 대해선 “(충남) 홍성 사람이고 착한 분”이라면서도 “참 처신을 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인적으로 도움을 준 사실이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아이고 뭐 하면, 그 사람 물러날 텐데”라며 말을 아꼈다.
이명박정부와의 연계설은 부인했다. ‘MB정권 때 뭐 하신 것은 없느냐’는 질문에 “없다. 워크아웃 당해서 고생만 했다”고 설명했다. 이상득 전 의원에 대한 정치자금 제공 여부를 묻자 “그런 사람들이 저한테 돈을 받습니까. 나보다 돈이 수십배 수백배 많은 사람들인데”라고 했다.
성 전 회장은 ‘신뢰’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어느 나라나 정치집단이라는 게 의리와 신뢰 속에서 정권창출을 하지 않느냐. (그러면) 신뢰를 지키는 게 정도 아니냐”고 했다.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7억원,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10만 달러를 전달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정권창출을 위한 신뢰관계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는 뉘앙스로 말했다.
또 검찰을 향해 “가지치기 수사를 못하게 돼 있지 않느냐. 자기들도 숱하게 발표했는데 이런 식으로 수사하면 되느냐. 말이 안 된다”고 했다. 함께 진행됐던 포스코건설 비자금 의혹 사건과 직접 비교하기도 했다. 성 전 회장은 “포스코는 비자금만 하지 않느냐. 우리는 자원(수사)하다 없으니까 가족관계다, 압력이다, 분식회계다, 비자금이다 뭐 생긴 것은 다 하잖아”라고 말했다. 1조원 분식회계와 관련해서는 “다른 놈은 괜찮고 어째 그중 제일 작은 우리만 이렇게 하느냐. 너무 졸렬하고 치사하다”고 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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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4-16 03:31 수정 2015-04-16 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