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은 15일 일과시간이 끝나는 오후 5시40분쯤 기습적으로 경남기업을 압수수색했다. 시급히 압수수색을 해야 할 이유가 있었다는 뜻이다. 대상에는 성완종 전 회장의 주변인물인 경남기업 관계자 11명의 주거지도 포함됐다. 수사팀이 비밀장부의 존재와 그 소재지를 이미 파악했을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압수수색은 1차 압수수색(3월 18∼19일)이 이뤄진 지 한 달 가까이 지난 시점에 이뤄졌다. 수사팀이 성 전 회장의 측근들을 접촉 또는 조사하면서 정치권 금품 제공과 관련해 비교적 구체적인 정보를 입수한 데 따른 것으로 읽힌다. 성 전 회장은 최근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과거 자신이 금품을 전달한 내역을 복기해 일종의 비밀장부에 기록해뒀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증거인멸이나 말맞추기 시도를 차단하려는 목적도 있어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의 성패는 성 전 회장이 남긴 금품 메모를 보완해줄 자료를 최대한 신속히, 온전하게 확보하는 데 달렸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이미 실체 규명에 필요한 핵심 참고인 5∼6명을 압축해 신변을 집중 파악해 왔다. 이들은 성 전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심복’이다. 모두 출국금지된 상태다. 수사팀은 ‘비자금을 조성한 자’ ‘자금 전달할 때 동행한 자’ ‘비밀장부 작성·보관에 관여한 자’ 등으로 분류해 다각도로 접촉을 시도하는 중이다.
검찰 한 간부는 “통상의 금품 사건 수사 절차대로 가려 한다. 결국 열쇠를 쥔 ‘사람’을 쫓는 수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팀은 수사계획을 수립하면서 금품 제공 행위와의 연관성, 성 전 회장과의 관계 등을 감안해 우선 조사 대상을 선별했다. 경남기업 비자금 조성 등으로 이미 피의자로 입건된 한모(50) 부사장, 성 전 회장이 국회의원이던 시절 보좌관을 했던 수행비서 이모(43)씨와 운전기사 여모(41)씨, 성 전 회장의 인척이기도 한 윤모(52) 전 부사장 등이다. 성 전 회장의 부인과 아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수사팀은 성 전 회장이 불법 정치자금 문제로 구속됐다가 석방된 이후 돈 관련 문제는 극히 제한된 인물만 정보 접근이 가능하도록 했던 것으로 본다. 경남기업의 전직 임원도 “성 전 회장은 비밀보안을 아주 중요시했기 때문에 (회사 안에서) 돈을 내주고, 전달할 때 따라가는 사람 정도 외에는 관련 내용을 아는 이가 드물 것”이라고 했다.
한 부사장은 회계부장과 전략기획실장, 자금담당 부사장 등을 지내면서 경남기업 비자금 조성·관리에 깊숙이 개입한 인물로 꼽힌다. 성 전 회장이 회사에서 뭉칫돈을 받아갈 때 한 부사장을 통했을 개연성이 높다. 수사팀은 한 부사장이 재정담당 업무를 하던 시기에 성 전 회장이 한번에 받아가는 돈의 규모가 수천만원 단위로 커졌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한 부사장은 경남기업 비자금 32억원 인출 내역이 담긴 USB(이동식 저장장치)도 소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호일 정현수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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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4-16 03:37 수정 2015-04-16 0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