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65) 국무총리가 2013년 4월 ‘비타500’ 박스로 현금 3000만원을 전달받은 것 외에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여러 차례 정치자금을 수수한 정황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성 전 회장이 이 총리를 만날 때마다 현장에 동행했다는 운전기사 여모(41)씨는 1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밝혔다.
2009년 12월부터 성 전 회장의 전속 운전기사로 일한 여씨는 측근 가운데서도 성 전 회장의 동선을 가장 세밀하게 알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그는 지난 9일 성 전 회장의 유서를 가장 먼저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인물이기도 하다.
여씨는 “이 총리가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당선됐을 때에는 회사(경남기업)가 어려움에 처한 시기였지만 그럼에도 성 전 회장과 자주 식사를 했다”며 “다른 전달 사례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 총리는 충청권 행사가 있으면 항상 참석해 성 전 회장을 만났다”며 “(이 총리가) 성 전 회장과 독대한 적이 없다는 해명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여씨는 성 전 회장이 이 총리에게 3000만원을 건네던 2013년 4월 4일에도 차량을 운전했고, 이때 차에 실린 비타500 박스를 목격했다고 밝혔다. 성 전 회장은 이날 이 총리와 함께 충남 홍성군 내포신도시에서 열린 충남도청 신청사 개청식에 참석했다. 성 전 회장은 오후 2시30분쯤 개청식이 끝나자 여씨, 다른 수행비서 1명과 승용차에 동승해 이 총리의 충남 부여 선거사무소까지 이동했다.
여씨는 “당시 회사에서 미리 비타500 박스를 준비해 차에 싣고 (충남으로) 내려왔다”고 말했다. 꼼꼼한 성격의 성 전 회장이 차량에 돈을 실어둔 것은 드문 일이었다는 게 여씨의 설명이다. 그는 “수행비서들도 모르게 준비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3000만원은 비타500 박스에 충분히 들어간다”고 덧붙였다. 성 전 회장, 동행한 수행비서가 문제의 비타500 박스를 들고 들어가 이 총리를 1시간 남짓 만나는 동안 여씨는 밖에서 대기했다.
여씨는 자신이 운전기사 역할을 맡은 2009년 이후 성 전 회장이 이 총리뿐 아니라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언급한 인사들과 실제로 만난 적이 많다고 회고했다. 그는 “7년 정도는 성 전 회장과 항상 붙어 있었다”며 “‘리스트’에 등장한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도 많이 만났다”고 했다. 2011년 성 전 회장이 홍준표 경남지사를 만나러 갈 때 운전을 맡아 동행했다고 전했다.
이 총리는 “당시 (4·24 충남 부여·청양 국회의원 재선거) 후보 등록 첫날이어서 기자 수십명이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있었지만 나는 도청 행사에 있었다”며 “(독대는) 정황상 맞지 않다”고 금품수수 의혹을 부인했다. ‘성완종 리스트’의 진상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팀은 성 전 회장의 최측근 여씨를 출국금지한 상태다. 여씨는 향후 검찰 소환이 이뤄진다면 피하지 않고 응해 자신이 목격한 사실들을 아는 대로 대답하겠다고 강조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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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4-16 03:36 수정 2015-04-16 18: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