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수전 손택·조너선 콧 열 두 시간 대화

입력 2015-04-17 02:05

‘미국 지성계의 여왕’ ‘대중문화의 퍼스트레이디’로 불리는 수전 손택(1933∼2004)의 40대는 삶의 변곡점이었다. 에세이집 ‘사진에 관하여’(1977)로 작가로써 이름을 날렸지만 2년여 간 유방암으로 투병하며 갖은 고생을 했다. 그러면서 투병과정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글을 썼는데 바로 역작으로 기억된 ‘은유로서의 질병’이다.

마흔 다섯이던 1978년.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손택에게 수업을 들었던 잡지 롤링스톤즈의 에디터 조너선 콧이 ‘은유로서의…’ 출판을 코앞에 둔 그를 그해 6월 프랑스 파리에서, 11월 미국 뉴욕에서 열 두 시간동안 인터뷰했다. 79년 10월 4일자 롤링스톤즈에 이 내용의 3분의 1이 실렸는데 나머지 대화가 세상에 공개된 것은 36년 만에 이 책이 처음이다.

책을 통해 그는 질병이란 매개체로 인간의 삶과 죽음을 투과하면서 “종교적 신념의 붕괴 이후 영적인 가치들이 부착된 두 가지 대상이 바로 예술과 질병”이라고 주장한다. 또 로큰롤부터 미술, 문학, 영화, 여행, 성 담론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소재를 펼쳐놓았다. 이야기가 내밀하면서도 군더더기 없다. “작가의 소명은 온갖 종류의 허위에 맞서 공격적이고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다부진 목소리 위에 ‘인간’ 손택의 자연스러운 호흡이 덧입혀진 책이다. 김선형 옮김.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