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식물총리’ 대통령 권한대행… 朴대통령 순방 중 국정 블랙홀 비상

입력 2015-04-16 02:41 수정 2015-04-16 10:04
‘성완종 게이트’로 박근혜정부의 집권 3년차가 통째로 블랙홀로 빠져들고 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전방위 폭로’로 청와대·여당·정부 핵심 인사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될 처지다. 이 와중에 박근혜 대통령은 열흘 넘게 해외순방으로 자리를 비우고, ‘3000만원 수수’ 의혹 폭탄을 맞은 이완구 총리는 ‘식물’ 상태로 국정공백 사태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런 탓에 새누리당 내부에선 ‘이 총리 사퇴론’이 반박(반박근혜) 진영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재오 의원은 15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대통령 순방 동안 직무를 대행할 사람이 부패 문제로 수사를 받으면 (직무)대행을 할 수 있겠느냐”며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김문수 당 보수혁신위원장도 라디오 방송에 나와 “본인이 진퇴 결심을 해야 한다. 공직의 최정점에 계신 분이 이런 상태에 있으면 공직 전체가 불능 상태로 간다”고 꼬집었다. 김용태 의원도 “명명백백한 진실규명을 위해 총리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최고위원은 한발 더 나아가 보도자료를 내고 “이 총리가 자진사퇴하지 않는다면 헌법에 의거해 탄핵까지 검토하겠다”고 주장했다. 헌법 65조는 국무총리 등이 헌법 또는 법률을 위배했을 경우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총리는 점점 버틸 동력이 떨어져감에도 총리직 유지 의사를 재차 피력했다. 그는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선출직 정치인이 그런 메모나 일방적 한쪽 주장만 갖고 거취 문제를 결정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어 “공직자가 근거 없는 말 때문에 이렇게 궁지에 몰리고 신뢰를 잃어버리는 것도 문제가 아니겠느냐. 지금 누구의 말이 맞는지 모르는 거 아니냐”고도 했다. 그는 “특정인(성 전 회장)의 메모에 이름이 거론됐다고, 특정인의 진술 하나만으로 막중한 자리를 가볍게 볼 수 없다”며 “저는 한 나라의 총리다. 총리 직무에 충실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대통령 국내 부재 기간에 검찰 소환이 이뤄질 경우 이 총리는 사실상의 국정운영 총책임자가 검찰에 불려가는 불명예를 뒤집어쓸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선 “사상 초유의 ‘대통령 권한대행’ 자격 피의자가 나오게 될 것”이란 비난까지 쏟아내고 있다. 정의당 의원단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헌법 71조에는 대통령 해외순방 시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한다고 돼 있다”며 “(박 대통령 순방 기간인 16∼27일 사이에) 이 총리가 수사를 받게 되면 전 세계의 비웃음을 사게 될 참극”이라고 밝혔다. 이 주장은 헌법을 확대해석한 것으로, 대통령의 해외순방을 ‘사고’로 보느냐에 따라 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 여부는 달라진다. 또 대통령 본인의 ‘총리에게 권한대행을 맡기겠다’는 의사표시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게 법률가들의 일반적 견해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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