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밤새 인터넷과 SNS에서는 ‘엠바고’라는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용어가 빈번하게 검색됐습니다. 급기야 15일 오전 9시쯤에는 엠바고가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 2위, 실검 순위 급상승 1위에 올랐습니다. 그야말로 ‘난리’가 났습니다.
엠바고란 일정 시점까지 보도를 유예하는 것을 뜻합니다. 외교적으로 민감한 사안의 보도를 늦출 때나 유괴 등 신변보호상 필요가 있을 경우 주로 사용하죠. 필요에 따라 보도시점을 조정하기 위해 미리 취재, 작성된 기사를 유예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갑자기 엠바고란 단어가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을까요? 최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숨지기 직전 그를 인터뷰한 신문이 있습니다. 성 전 회장 관련 단독기사를 연일 보도하고 있죠. 그런데 이 신문이 14일 밤에 15일자 신문의 PDF(Portable Document Format)를 평소와 달리 공개하지 않고 막아놓은 것입니다. 성 전 회장의 육성파일을 잇달아 터뜨리는 기사로 주목을 받았던 터라 네티즌의 궁금증이 증폭된 것입니다. 이어 다른 신문도 1면에 ‘엠바고’를 걸자 독자들은 연이어 성 전 회장과 관련한 대형 특종이 아닐까 더욱 궁금해졌죠.
그러나 사실 이런 경우는 엠바고가 아닌 셈이지요. 조간신문은 발행일 전날 오후 7시쯤 초판 지면을 PDF로 서비스하는데 이 PDF 중 일부 지면을 신문사가 막아 놓은 것이지요. 신문은 보통 특종기사를 초판에 공개하지 않고 마지막 인쇄분인 소위 종판까지 보안을 유지하곤 합니다. 기사를 숨겨 경쟁사의 인용을 막으면 다음날 자기 신문기사의 주목도가 훨씬 높아집니다.
하여튼 15일 오전 뚜껑이 열리고 보니 엠바고 기사는 모두 성 전 회장과 이완구 총리에 관한 기사였습니다. 기사 내용이 밝혀진 후에도 관심은 이어졌습니다. 진중권 교수는 ‘박스떼기랍니다… 5만원권 덕에 사과박스가 비타500 박스로 콤팩트해졌다…’라고 트윗을 날렸습니다.
엠바고를 건 신문사들의 전략이 일단 성공을 거둔 셈입니다. 국민들이 다음날 발행되는 신문의 내용이 궁금해서 미리 찾아보는 경우란 흔치 않으니까요. 그만큼 ‘성완종 리스트’의 진실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하지만 ‘국가적 위기’를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국민들의 관심을 이용해 사실을 일부분씩 흘리거나, 별것 아닌 내용인데 궁금증을 증폭시켜 ‘마케팅 관리’를 했다는 겁니다. 쉽게 말해 페이지뷰를 늘리기 위한 ‘낚시질’을 했다는 거지요. 스스로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지요. 이거 너무 심하지 않나요?
김태희 선임기자
thkim@kmib.co.kr
[친절한 쿡기자] ‘성완종 리스트’ 수사 중대 사안인데… 일부 언론사, 후속 기사 마케팅 몰두
입력 2015-04-16 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