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의 경찰서장 출신 명탐정 에르퀼 푸아로에게 어느 날 영국의 정부기관 관계자가 찾아온다. 국가간 갈등 소지가 될 보석의 행방을 찾기 위해 영국의 한 시골 저택으로 가달라는 부탁이었다. 사연은 이랬다. 이국의 왕자가 결혼을 앞두고 왕가에서 내려오는 보석 세공을 위해 런던에 왔다. 그 중에는 유명한 루비도 있었다. 이 바람둥이 왕자는 런던의 한 아가씨와 잠깐 즐기게 되고, 루비 목걸이를 하루만 목에 걸게 해달라는 간청에 넘어간다. 아가씨와 함께 루비 목걸이가 사라진 건 당연지사.
출판사 황금가지가 2002년부터 시작했던 애거서 크리스티(사진)의 추리소설 전집이 79권으로 완간됐다. 황금가지는 78권 ‘빅토리 무도회 사건’, 79권 ‘크리스마스 푸딩의 모험’을 동시 출간하면서 애거서재단과 계약한 공식 완역본 전집을 마무리한다고 16일 밝혔다.
두 권의 단편집에는 ‘추리소설의 여왕’이 창안한 두 캐릭터 콧수염 탐정 ‘푸아로’와 미혼의 할머니 탐정 마플이 등장해 종횡무진 사건을 해결한다. 79권의 표제작 ‘크리스마스 푸딩의 모험’에선 사라진 이국 왕자의 루비가 크리스마스 만찬의 푸딩에서 발견되는 과정을 담는다. 하지만 범인은 색출되지 않았는데…. 이 와중에 이 시골집 노부부의 손자 일당이 푸아로의 실력을 테스트해보려고 살인사건을 가장한 연극을 꾸민 것이 예상치 않은 결과를 낳으며 사건을 꼬이게 만든다. 이처럼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가 그의 추리 소설을 읽는 재미다. 소설 배경으로 시골집 노부부와 손녀, 손자, 그들의 친구와 애인, 사촌 등이 함께 모여 떠들썩하게 보내는 크리스마스를 설정해 따스한 느낌을 준다.
할머니 탐정 마플이 등장하는 단편 ‘성역’은 보다 강도 높게 추리에 가족애를 버무렸다. 어느 날 목사 사모 번치는 교회에서 한 남자가 죽어가는 걸 목격한다. 그는 ‘성역’이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떠난다. 죽은 남자의 여동생 부부가 찾아와 죽을 때 입은 코트를 찾는다. 에머랄드 목걸이가 연루된 이 살인사건에는 딸을 지키려는 부성애가 녹아있다.
그의 소설은 이렇듯 인간적 여운이 있다. 속도감 있는 사건 전개도 묘미다. 크리스티의 추리는 이야기를 전개하는 과정에 힌트가 있지만 독자들이 간파해 내기란 쉽지 않다.
푸아로가 사건 담당자인 경관마저 따돌리고 가볍게 문제를 해결할 때 이를 지켜본 친구가 내뱉는 말은 독자의 한탄이기도 하다.
“그게 더 화가 나요! 마지막에 설명을 들으면 나도 할 수 있었을 거 같은 느낌이 든단 말입니다.”
13년에 걸쳐 마무리 된 전집에는 66편의 장편과 150여 편의 중·단편이 실려 있다. 지금까지 50만부 이상이 팔렸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책과 길] 13년만에 마무리된 ‘추리소설 여왕’ 전집… 애거서 크리스티 장·단편 79권으로 완간
입력 2015-04-17 0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