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미국의 대통령이 바뀐다. 현재 가장 유력한 차기 대통령은 지난 12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힐러리 로댐 클린턴이다. 힐러리가 누구인지 말해주는 두 권의 책이 이번 주 나란히 한국에 출간됐다. 힐러리 본인이 쓴 ‘힘든 선택들’과 백악관 담당기자들이 쓴 ‘HRC’가 그것이다.
‘힘든 선택들’은 2009년 1월부터 2013년 2월까지 4년간 국무장관으로 재직한 시절에 대한 회고담이다. 힐러리는 이 기간 미국 제1의 외교관으로 112개국을 방문해 세계의 문제들과 대면했다. 힐러리는 책에서 아시아부터 중동, 유럽, 러시아,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까지 차례로 짚어가면서 이 시기 어떤 일이 벌어졌고 미국과 자신이 어떤 결정들을 해왔는지 보고한다. 힐러리는 서문에 “미국이 21세기 초에 무엇을 위해 싸웠는지 알고 싶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썼다.
힐러리 로댐 클린턴의 첫 글자들을 딴 ‘HRC’ 역시 2008년 민주당 예비선거 패배 이후부터 국무장관 퇴임시까지 힐러리를 조명한다. 두 명의 정치전문기자가 힐러리의 친구, 동료, 지지자, 정적 등 200여명을 상대로 진행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힐러리의 외교 능력과 차기 대통령으로서의 가능성을 검증하는 게 초점이지만, 대선을 위한 힐러리 진영의 국내 움직임도 놓치지 않는다. 예컨대, 빌 클린턴이 오바마의 재선을 돕고 그 과정에서 힐러리의 정적들을 응징함으로써 힐러리가 2016년에 다시 대선에 출마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놓았다고 전한다.
힐러리의 국무장관 4년을 따라가면서 독자들은 세계의 문제를 이해하게 되고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어쩌면 앞으로 더 중요해질 여성 정치인을 입체적으로 알게 된다. 또 아랍의 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 위키리크스의 기밀문서 노출 등 국제적 이목을 끈 사건들의 배후를 들여다보게 된다. 힐러리는 자서전에서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도 언급하는데, “(2010년) 5월 유엔조사단이 북한의 잠수정이 이 이유 없는 공격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중국은 북한을 직접 지명하거나 더 강경한 대응을 하지 못하도록 막았다”고 비판했다.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등 외국 정상들 얘기도 흥미롭다.
그렇지만 힐러리 스토리는 결국 선택에 대한 이야기로 읽힌다. 미국 국무장관으로서, 또 대통령의 부인으로 시작된 20년 경력의 정치인으로서 그는 늘 어렵고 중요한 선택들을 해왔다. 그 선택들은 그가 세계를 어떻게 파악하고 있으며, 국가와 사회를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가치를 지키려고 하는지, 또 대화와 타협, 실패, 교훈 등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보여준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라는 말을 흔히 하는데, 힐러리는 그 다음 문장을 이렇게 쓴다. “우리가 내리는 선택과 그 선택을 어떻게 다루는지가 곧 우리의 모습이 된다.”
힐러리의 선택 중 최고는 2008년 말 국무장관직을 수락한 것이었다. 전직 대통령을 남편으로 둔 유명 정치인이, 급부상한 정치 신인에게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뒤 그의 가장 핵심적인 조력자가 되었다. 둘은 누구보다 좋은 파트너가 됐으며 미국의 시대를 다시 견인했다. 그 선택이 가장 유력한 차기 대통령이라는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보다 더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찾기 힘들 것이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책과 길] 힐러리 최고 선택은? 국무장관직 수락!… 힐러리 책 두 권
입력 2015-04-17 0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