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히스토리] ‘황금알’ 시내면세점 잡아라… 유통 공룡들이 뛴다

입력 2015-04-17 02:44
면세점 사업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며 유통기업들이 너도나도 사업 확장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한류 영향으로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유커)이 늘면서 면세점 사업이 매년 엄청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오는 6월 서울시내 3곳과 제주 1곳에 시내면세점을 추가로 허용할 방침이어서 업체들 간 사활을 건 면세점 수주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면세점 시장 판도 바꾸는 유커의 힘=유통기업들은 면세점 사업의 성장성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국내 면세점 시장 규모는 2007년부터 매년 20%대 고성장을 거듭해 2012년에는 세계 1위로 부상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2012년 28만8000명 수준이던 면세점 방문객은 지난해 34만3000명으로 늘었다. 연간 매출 규모도 2010년 4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8조3000억원으로 최근 4년 새 85%나 성장했다.

면세점 시장은 최근 한류 열풍 속에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크게 늘며 급속히 성장했다. 특히 유커의 폭발적 유입은 면세점 성장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2011년 187만명 수준이던 유커는 지난해 612만명으로 3.2배 이상 늘었다. 2014년 대한민국을 찾은 관광객 총 1400만명 중 유커가 차지하는 비율은 43%에 달한다.

유커들은 면세점 브랜드 지도마저 바꾸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커는 국내 면세점 매출 70% 이상을 쥐락펴락하는 주 고객층으로 부상했다”며 “이미 시내면세점 대부분은 유커가 선호하는 화장품부터 분유, 가방, 교육용품 등의 브랜드로 상품을 교체했다”고 말했다.

◇황금알 낳는 시내면세점 사업=2014년 기준 전국 면세점 수는 43개다. 이 가운데 대기업이 18곳, 중소·중견기업이 18곳, 공기업이 7곳을 운영 중이다.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두 곳이 약 80% 이상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올 하반기에 서울시내에 3개의 면세점을 추가로 허용하고, 제주에도 1개의 시내면세점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관세청은 6일 신규 면세점 사업자의 항목 중 경영 능력을 최우선으로 평가한다는 ‘시내면세점 특허심사 평가 기준’을 발표했다. 신규 허용되는 시내면세점 4곳 중 서울의 2곳은 대기업도 참여할 수 있는 일반 경쟁으로, 서울의 나머지 1곳과 제주도는 중소·중견기업만 참여가 가능한 제한경쟁 형태로 사업자를 결정한다.

대기업들은 입찰이 가능한 서울시내 면세점에 특히 관심이 많다. 면세점 시장 성장을 주도한 것은 바로 시내면세점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시내면세점 매출액은 총 5조3893억원으로 1년 전보다 32.2% 증가했다. 공항·항만 등 출국장 면세점 매출액이 같은 기간 5.9% 증가한 것에 비해 괄목할 만한 증가세다. 실제 서울시내 최대 면세점인 롯데백화점 본점 9∼11층의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1조9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롯데백화점 본점이 지하에서 8층까지 영업해서 올린 매출 1조8000억원을 단 3개 층 영업으로 누른 것이다.

시내면세점은 또 공항에 비해 비싼 임차료 부담이 없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롯데는 올 하반기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인천공항 면세점 4개 구역을 운영하는 것과 관련된 임차료로만 3조6173억원을 제시했다. 높은 임차료 부담으로 인천공항 면세점은 수익 창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신규 시내면세점에 너도나도 출사표=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사업을 둘러싼 업계들의 기싸움은 벌써부터 달아오르고 있다.

후발주자인 현대산업개발은 신라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신라와 손잡고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사업 도전에 나섰다. 현대산업개발은 호텔신라와 합작법인 ‘HDC신라면세점㈜’을 설립하기 위해 지난 7일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HDC신라면세점은 현재 현대산업개발이 운영하는 용산 아이파크몰 4개 층에 최소 1만2000㎡ 이상의 매장을 확보해 국내 최대 규모 면세점을 지을 계획이다.

현재 서울시내 면세점 6곳 가운데 3곳을 보유하고 있는 롯데도 신규 면세점 확보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신규 면세점 후보지로 김포공항(롯데몰)·동대문(롯데피트인)·신촌·이태원·신사동 가로수길 등을 검토하고 있다. 면세점 사업에 새롭게 도전하는 현대백화점은 지난 9일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점을 후보지로 정하고 유치 작전을 펴고 있다.

2012년 부산 파라다이스 면세점을 인수하며 면세점 사업을 시작한 지 2년여 만에 올해 처음으로 인천공항에 입성한 신세계도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진출에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지난해 6월에 개장한 제주공항 면세점이 성공적으로 안착한 한화갤러리아와 워커힐 면세점을 운영하는 SK네트웍스도 새로운 서울시내 면세점에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SK네트웍스는 이미 신규 시내 면세점 사업에 진출을 선언하고 후보지로 신촌, 홍대 등 서울 서부지역과 SK 건물들이 모여 있는 도심지역을 유력 후보 지역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SK네트웍스의 강점으로 23년간 워커힐 면세점을 운영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기업들과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 유통시장이 성장 정체기를 맞은 상황에서 각 기업들이 면세점 사업에 매달리는 것은 바로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