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엔 도시에서 살고, 주말엔 시골에서 산다. 이런 삶은 어떨까? 일본 도쿄에서 세 아이를 키우는 40대 맞벌이부부가 도시와 시골을 오가며 8년을 지냈다. 도쿄의 아파트에서 자동차로 1시간 반 거리에 있는 보소반도 내 미나미보소에 또 하나의 집을 마련해놓고. 이 가족은 금요일 밤이면 짐을 챙겨서 시골로 향한다.
“이렇게 아쿠아라인(고속도로) 터널을 경계로 세계가 바뀐다. 머리로 일하는 도쿄 생활, 몸으로 일하는 미나미보소 생활, 그리고 이 둘 사이를 왕래하는 스위치로 연결된 생활방식을 통해서 지금 있는 세계의 윤곽이 보인다.”
도쿄토박이인 두 부부가 ‘시골을 갖고 싶다’는 낯선 꿈을 품게 된 건 순전히 아이들 때문이었다. ‘아이들은 밖에서 노는 게 가장 좋다’고 믿지만 도시에선 아이들이 뛰놀만한 ‘바깥’ 자체가 거의 없었고, 주말마다 아이들이 놀만한 자연을 찾아 머리를 쥐어짜야 했다.
“도시가 큰 불편이 없고 오히려 편리한 곳이라는 생각에 한 점 의심도 없었는데 아이를 중심으로 바라보니 이처럼 별 볼일 없는 장소가 또 있을까 하는 한탄이 점점 늘어갔다.”
급기야 부부는 ‘주말에 자동차로 다닐만한 거리에 있는 또 하나의 집’을 찾아 부동산 순례를 시작한다. 시골에 세컨드 하우스를 마련한다는 게 누구에게나 가능한 일은 아니다. 남편은 어린 시절부터 꿈꾸었던 슈퍼카 타기를 포기했다. 그러니까 아이들을 위한 시골의 주말주택은 남편이 그토록 갖고자했던 포르쉐와 맞바꾼 집이었다.
“인생, 한 번뿐이잖아? 아이들 키우기가 한참 멀어 보여도 순식간이야.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환경에서 생활하는 것을 우리 인생의 사치로 삼아도 좋지 않아?”
젊은 부부였던 그들은 땅을 찾아 오래 헤맸고, 결국 넓은 농지가 딸린 100년 넘은 농가주택을 갖게 됐다. 그리고 ‘주말은 미나미보소를 최우선으로 삼기’와 ‘2주 이상 틈을 벌리지 않기’를 기본 원칙으로 정하고 도쿄와 미나미보소를 왕복하는 생활을 시작했다.
시골생활은 기대 이상의 행복을 안겨주는 정서적 삶이기도 하지만, 예상보다 훨씬 험난한 야생적 삶이기도 하다. 주말마다 두 지역을 오가며 산다는 것은 충만하고 풍요로운 삶의 방식일 수 있지만, 꽤나 번거롭고 피곤한 삶의 방식일 수도 있다. 남편이 일 때문에 주말에 동행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아이들이 커가면서 시골행을 기피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아이고’ 하는 한숨과 ‘아아, 기분 좋다’하는 읊조림이 한데 어우러진” 생활이다.
이 책은 도시생활과 시골생활, 어느 한 쪽에 우위를 두거나 어느 한 쪽을 선택하지 않는다. 도시생활과 시골생활의 장·단점을 공정하게 다루면서 두 지역을 같이 사는 생활방식을 사유한다. 이 책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보다 근본적인 것이다. 왜 우리는 한 곳에서만 살아가야 하는가?
“하나의 장소에 닻을 내리는 근거는 일, 학교, 취미 등 다양하다. 그런데 각기 다른 장소에 각기 다른 근거를 두는 생활은 때때로 합리적인 편의성을 우선해서 한 곳에 집중한 생활보다 훨씬 더 큰 풍요로움을 누리게 해준다.”
이 가족은 주말에 시골에 잠시 머물렀다 가는 방식이 아니라 시골사람의 삶을 살아가면서 도시와 시골 ‘두 지역 살이’를 실험해 왔다. 주민들과 관계를 맺고 농사를 짓고 농촌의 문제와 미래를 함께 고민한다. 저자 바바 미오리(엄마)는 지역을 위한 시민단체를 만들고, 주민들과 함께 마을숲학교, 채소카페, 나무공방 등을 운영하고 있다.
“사회 전체가 ‘전부 도쿄에서 해결한다’ 혹은 ‘전부 지방에서 해결한다’는 식으로 나누지 않고 사람, 일, 사물의 교류와 순환을 통해 더욱 큰 틀에서 해결하는 구조를 만들어나가야 하며, 이 일에 나처럼 두 지역 살이를 하는 사람들의 존재 가치가 있을 거라고 믿으며 지내고 있다.”
조금 극성스러운 엄마였던 그녀를 열정적인 농촌활동가로 바꿔놓은 건 시골생활 그 자체였다. 시골과 농업, 자연의 가치에 대한 발견, 시골의 미래에 대한 걱정, 그리고 비로소 알게 된 도시생활의 위태로움 등이 그것이다. 그는 “일상에 시골살이를 끼워 넣는 것은 문명을 밖에서 바라보는 효과를 가져다 준다”고 말한다.
시골생활은 도시인들의 로망이다. 이 로망은 캠핑 등 아웃도어 활동, 주말농장, 도시농부, 텃밭 가꾸기,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 등으로 표현되었고, 좀더 적극적으로는 전원주택이나 귀농, 제주 이민 등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평일엔 도시생활, 주말엔 시골생활’은 여기에 또 하나의 대안, ‘무척 아날로그적이지만 대단히 미래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한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책과 길] 평일엔 도시, 주말엔 시골… 두 지역살이 8년
입력 2015-04-17 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