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파문] 이완구, 주장 엇갈려 대면조사 불가피

입력 2015-04-16 02:27 수정 2015-04-16 10:02
이완구 국무총리가 2013년 4월 충남 부여·청양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했을 때 성완종(64)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비타500 박스에 담긴 현금 3000만원을 전달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이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이 총리가 “돈을 받은 증거가 나오면 목숨을 내놓겠다”고 선언한 지 하루 만에 구체적 정황과 함께 금품수수 의혹이 재차 불거진 것이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이 총리 소환조사가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은 성 전 회장의 폭로로 촉발된 이 총리의 3000만원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 각종 단서들을 집중적으로 수집하며 소환조사 계획을 수립 중인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특별수사팀은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했다는 주장과 받지 않았다는 주장이 극명히 엇갈리는 상황임을 고려해 대면 조사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수사팀은 이날 경향신문 측으로부터 성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난 9일의 통화 음성파일을 제출받았다. 특별수사팀은 대검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에 이 파일의 분석을 의뢰했다. 이 총리와 관련한 성 전 회장의 구술 부분을 속기록으로 정리해 구체적인 로비 정황과 시점 파악에 나섰다. 특별수사팀은 속기록 분석 자료를 경남기업 측으로부터 제공받은 ‘성완종 다이어리’ 일정과 비교 분석할 방침이다. 금품수수 일시를 전후해 경남기업 측에서 부외자금이 조성된 사실이 있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성 전 회장의 진술이 여과 없이 담긴 녹음파일을 확보하면서 수사 속도는 한층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특별수사팀이 여러 차례 “신속하게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겠다”고 천명한 만큼 빠른 시일 내에 이 총리 소환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총리부터 검찰 조사를 받겠다”는 뜻을 밝힌 이 총리가 검찰의 소환 통보에 불응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순방이 변수다. 대통령 부재 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되는 국무총리를 소환하는 것은 검찰로서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각종 자료 분석 및 참고인 조사로 이 총리의 소환 준비가 마무리되더라도, 일정을 조율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현직 총리의 지위를 고려해 검찰이 소환조사 방식을 고집하지 않을 수도 있다. 2012년 한나라당(현재 새누리당) 전당대회 당시 박희태 국회의장의 ‘돈봉투 살포 의혹’을 조사하던 검찰은 서울 용산구 국회의장 공관을 방문해 조사한 적이 있다. 1997년 한보사태 당시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받았던 김수한 국회의장도 대검 중앙수사부의 방문조사를 받았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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