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실세들 의혹 규명이 부패척결·정치개혁의 출발점

입력 2015-04-16 02:43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현안점검회의에서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 “수사 과정에서 새로운 의혹이 제기됐는데 이 문제는 정치개혁 차원에서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부정부패에 책임 있는 사람은 누구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부패 문제는 국민 앞에 낱낱이 밝히고 뿌리 뽑아야 한다”고도 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전제가 있다. 진행 중인 부정부패와의 전쟁에 앞서 측근들의 부패 연루 의혹을 명확히 해결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박 대통령의 말에 진정성을 느끼게 된다.

이완구 총리를 비롯, 성완종 리스트에 거론된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 정권 실세들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연루 의혹들을 부인하고 있다. 성 전 경남기업 회장이 돈으로 정치를 하는 ‘정치형 기업인’ 성향을 보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로부터 돈을 받은 게 사실이라면 처벌을 면키 어렵다. 측근들 의혹이 먼저 명확히 밝혀져야 박 대통령은 부정부패와 전쟁을 제대로 치를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전임 정권에 대한 정치보복 수준으로 전락하고 만다.

박 대통령은 또 “과거부터 현재까지 문제 부분을 완전히 밝혀야 한다”고 언급했다. 과거의 문제도 파헤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지니려면 현재의 문제를 먼저 가차 없이 수사해야 한다. 그래야 야권 일각에서 주장하는 ‘물타기 전략’이란 비판을 잠재울 수 있다. 이를 위해 박 대통령은 청와대나 법무부가 수사에 관여하지 말라고 지시하는 것은 물론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아예 검찰 수사 진행 사항을 보고받지 말라고 해야 한다. 국민적 신뢰를 높이기 위한 조치다. 그것만이 현 정권이 살 수 있는 길이다. 국민들이 검찰 수사 결과를 불신하게 되면 더 큰 후유증이 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총리는 돈 받은 증거가 나오면 목숨까지 내놓겠다고 말했다. 이쯤 되면 상식적으로 볼 때 국정 운영 책임자로서의 권위와 위상이 상실된 것이다. ‘목숨’ 운운했는데 검찰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다른 것 다 제쳐놓더라도 이 총리는 한 달 전 대국민 담화를 통해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부정부패를 발본색원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랬던 그가, 그리고 핵심 측근들이 정치 부패와 연루된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부정부패 수사가 제대로 될 수 있겠는가.

박 대통령은 정치개혁 차원에서 이번 사태에서 나온 문제들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도 없다고 단언했다. 동의한다. 이를 위해 박 대통령은 측근들에 대한 수사 결과가 나오면 추후 조치와 함께 부정부패가 없는 정치개혁을 어떻게 해나가야 할 것인지를 국민 앞에 밝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역대 정권은 늘 부정부패 척결, 정치개혁을 부르짖어 왔다. 하지만 거의 예외 없이 친인척이나 측근 부패, 인사 부정 등으로 비참하게 정권을 끝내곤 했다. 박 대통령은 다시는 이런 일들이 재발되지 않게끔 해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구호는 요란했고 입바른 소리는 많았지만 구체적으로 이뤄진 게 없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이번에도 박 대통령의 말은 단호하다. 이제는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부정부패 척결과 정치개혁은 측근들 부패 의혹을 말끔히 규명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이 모든 게 박 대통령의 의지와 행동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