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파문] “유감 표명해야” 朴 대통령으로 불길 번지나… ‘이완구 사퇴론’ 확산

입력 2015-04-16 02:09 수정 2015-04-16 10:00
이완구 국무총리가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 도중 자리에 앉아 피곤한 듯 지친 얼굴로 미간을 만지고 있다. 이 총리는 야당 의원들의 거센 요구에도 불구하고 사퇴를 거부했다. 이병주 기자

이완구 국무총리의 설 땅이 좁아지고 있다. 여당마저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불길은 이 총리를 넘어 박근혜 대통령으로까지 번질 기세다. 박 대통령이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대해 최소한의 유감 표명이 있어야 한다는 요구까지 여당에서 분출됐다. 여권 내부에서는 친박·친이 간 해묵은 계파 갈등 조짐도 엿보인다.

◇“‘국정 2인자’ 업무수행 어려워” 주장 확산=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 총리의 거취에 대해 신중론을 고수했다. 김 대표는 15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야당이 국무총리와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며 정치공세를 펼치고 있는데 국정의 막중한 책임을 지는 자리인 만큼 신중하게 결정할 일”이라고 엄호에 나섰다. 하지만 내부 기류는 다르다. 이 총리의 자진사퇴 주장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를 둘러싼 의혹으로 인해 이 총리가 더 이상 ‘국정 2인자’ 역할을 하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정(司正) 대상이 사정을 지휘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총리가 여권에 더 이상 부담을 주지 말고 자진사퇴로 일단 급한 불을 꺼주기를 바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새누리당 한 의원은 “이 총리에 대한 국민 정서가 매우 안 좋아 검찰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재오 의원, “박 대통령이 유감 표명해야”=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은 이 총리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며 “이럴 때를 대비해 부총리가 두 명 있지 않느냐”면서 “부총리가 총리 업무를 대행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또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연루된 여권 고위 인사 8명에 대해 공직 사퇴와 출당·제명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그는 “관계된 사람들이 스스로 거취를 정하지 않으면 당은 이들에 대해 엄혹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의원은 박 대통령도 겨냥했다. 그는 “대통령의 최측근들이 무려 7명이나 스캔들에 관계돼 있는데, 대통령이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대통령이) ‘나를 위해 일했던 사람들로서 이런 일에 관계됐다는 건 매우 유감이다. 검찰이 진실을 밝히기 바란다’는 정도는 얘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물었다.

◇“대통령 비서실장·민정수석 직무 정지” 주장도=총리직을 갖고 이 총리가 검찰 조사를 받을 경우 수사의 공정성·중립성 훼손 우려도 여전히 높다. 새정치연합 정청래 최고위원이 “이 총리가 총리직을 유지하려는 것은 현직 총리라는 신분을 검찰 수사의 방패막이로 삼으려는 꼼수”라고 공격했다. 이와 관련해 친이계 쇄신파인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은 “박 대통령이 검찰의 완벽한 독립 조사를 위해 대통령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의 직무를 정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이계 인사들이 이 총리 자진사퇴론에 앞장서는 것은 이명박정부가 추진했던 해외 자원외교 사업을 현 정부가 정조준한 데 대한 불만 표출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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