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인사청문회’ 아직 갈 길 멀다

입력 2015-04-16 02:53

지방자치단체장의 인사전횡을 막기 위한 지방의회 인사청문회 제도가 속속 도입되고 있지만 실효성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제도를 제대로 도입한 곳은 부실 인사를 걸러내는 효과를 보고 있지만 상당수 지역은 흉내만 내거나 아예 도입자체를 거부하는 곳도 수두룩하다.

광주시의회 인사청문특위는 15일 광주여성재단 장혜숙(58) 대표이사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었다. 특위 위원들은 청문회에서 장 내정자가 지난해 6·4 지방선거 당시 윤장현 광주시장의 TV토론회에서 찬조발언을 한 사실 등을 거론하며 ‘보은인사’ 논란을 제기했다.

광주시의회 특위는 앞서 지난달 30일 첫 인사청문회 대상이 된 윤재만 김대중컨벤션센터 사장에게 ‘부적격’ 결과보고서를 냈다. 윤 내정자는 부정적 여론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지난 9일 자진사퇴했다.

윤 내정자의 사퇴는 윤장현 시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임명을 강행할 경우 ‘의회를 경시한다’는 비판과 예산편성 등에서 큰 부담을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올해 도입된 광주시의회 인사청문회는 광주시장의 정실·보은·측근 인사 등에 제동을 걸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주도는 정무부지사와 감사위원장 등을 대상으로 인사청문회를 시행하고 있다.

제주에서는 민선 6기 이후 이기승 제주시장 내정자가 인사청문회 직후 자진사퇴했고 에너지공사 사장, 제주도감사위원장 내정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부결되기도 했다.

대전에서는 도시공사와 마케팅공사 사장에 대한 인사청문회의 ‘부적격’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나 대전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은 ‘부적격’ 의견이 수용돼 내정자가 물러나고 현재 재임명 절차를 밟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해 9월 도시공사와 문화재단, 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경기개발연구원 등 산하 공공기관장에 대해 처음 실시했다.

그러나 나머지 지자체에선 인사청문회 도입을 놓고 지자체와 의회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전북도의회는 논란 끝에 변형된 인사청문회 제도를 실시하는 경우다. 지난해 10월 전국 최초로 제정한 ‘전라북도출연기관 등의 장에 대한 인사검증 조례’는 사후 인사검증의 근거가 되고 있다.

도의회는 향후 정무부지사와 공기업, 출연기관장에 대해 도지사가 임명한 지 6개월 이내에 의회차원에서 최대 6시간의 능력검증 시간을 갖게 된다. 도의회는 2003년 인사청문회 조례 제정을 시도했으나 전북도가 ‘인사권 침해’라며 대법원에 소를 제기해 최종 판결에서 패했다.

대구는 권영진 시장이 공기업 인사청문회 도입을 공약했지만 지방자치법 등 상위법의 근거가 없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울산, 충북, 강원 등은 집행부와 의회가 도입을 논의중이다.

지자체 인사청문회가 정착되려면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야 하지만 인사권 침해를 우려한 일부 단체장들의 ‘무용론’에 가로막혀 여전히 낮잠을 자고 있다.

광주=장선욱 기자,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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