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파문] 성 前 회장 엇갈리는 인물평… 진짜 모습은?

입력 2015-04-16 02:26 수정 2015-04-16 10:03
이완구 국무총리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면담 일자가 적힌 일명 ‘성완종 비망록’이 15일 새정치민주연합 이미경 의원의 대정부 질문 도중 국회 본회의장 전광판에 상영되고 있다. 연합뉴스

속 시원히 알려진 건 ‘성완종 리스트’ 56자뿐이다. 리스트의 신빙성을 둘러싼 국민적 관심은 성완종(64) 전 경남기업 회장의 과거 습관 및 인품에 대한 평가들로 옮겨가고 있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리스트 작성 경위와 배경에 대한 의혹·추정은 계속되는 중이다. 그리고 성 전 회장을 좀 안다는 인사들의 인물평은 조금씩 엇갈리기 시작한다.

◇과연 메모를 남기나=‘성완종 리스트’의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려는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은 로비 정황을 비교·대조할 수 있는 장부 등 자료를 확보하려 노력하고 있다. 오랜 시간 광범위한 인맥을 쌓았고 자수성가한 기업인인 만큼 일정과 금전출납을 꼼꼼히 기록했으리라는 관측이 많았다. 수년간의 일정이 고스란히 적힌 ‘매일기록부’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성 전 회장을 가까이서 접했던 이들은 그가 절대 메모를 남기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비서의 눈길을 피해 민감한 기록을 일일이 파쇄했고,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을 잘 쓰지 않아 디지털 기록 존재 가능성도 낮다고 알려졌다. 그의 ‘메모 결벽’은 10년여 전 불법 정치자금 혐의로 구치소에 수감된 이후 형성됐다고 측근들은 전한다.

◇봉사하는 인품=성 전 회장의 변호인인 오병주 변호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교회 장로로 25년간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 왔다”고 평가했다. 어머니의 유훈대로 남에게 베풀고 고향에 장학재단을 세워 인재 육성에 도움을 준 것도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성 전 회장의 서산 빈소에서는 충청도를 위해 애써온 그를 따뜻하게 기억하는 말이 많았다.

하지만 이런 평가는 성 전 회장 스스로 밝힌 금품로비의 부도덕함에 비춰 사뭇 모순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 시절 금융 당국은 그의 잦은 민원이 어렵다고 호소했다. 불법 정치자금 전달 혐의로 함께 사법 처리됐던 회사 관계자가 퇴사할 때 “조용히 살라”고 말했다고도 전해진다.

◇유능한 기업가=공개된 그의 유품 편지에는 “기업 활동을 하면서 기업에 손해를 끼치고 잘못을 저질렀다면 무한한 책임을 질 것”이라는 말이 있다. 단돈 1000원으로 사업을 시작해 시공능력 20위권 건설사를 키운 맨주먹의 자수성가 스토리는 건설업계에서 신화가 됐다.

하지만 그의 기업가 자질에는 이견이 있다. 건설업계를 담당해온 중견 애널리스트는 “성 전 회장은 경남기업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 과정에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경남기업 노동조합도 경영진 일가가 계열사 자산을 빼돌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의원직을 얻은 뒤 본인의 보유지분을 백지신탁하지 않아 시민단체들의 비판을 받았다.

◇수사에 배후가?=오 변호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검찰이 당초 수사 명목과 다른 부분을 ‘별건수사’했다고 비판했다. 분식회계 액수도 실제 회계장부상 분식보다 과장됐다고 전했다. 경남기업이 수사 대상 1순위가 된 데는 모종의 배경이 있다는 의구심도 그의 일부 측근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는 이완구 국무총리를 둘러싼 추측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다만 검찰은 이러한 논란에 대응할 가치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임관혁)는 성 전 회장의 장례절차 마무리를 기다려 설명회를 열고 ‘표적수사’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검찰 관계자들은 혐의가 나오면 수사할 의무가 있다는 형사소송법의 기본 원칙을 말하고 있다. “사람이 아닌 비리를 보고 간 수사”라는 말도 되풀이한다.

◇망자의 원한인가=리스트에 언급된 인사들은 성 전 회장이 검찰 수사를 무마하려 구명운동을 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런 로비에 실패하자 자포자기 심정으로 거짓 메모를 적었다는 주장이다. 자살 전 극도로 흥분된 상태에서 과장된 기록을 남겼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오 변호사는 성 전 회장을 두고 “허튼 얘기를 하거나 다른 사람을 모함할 분이 아니다”고 했다. 서산 지역에서 그를 보좌한 인사들도 성 전 회장이 명예를 중시했고, 없는 일을 거짓으로 부풀리는 성격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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