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고 학생과 교사 261명을 포함해 모두 304명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오늘로 꼭 1년이다.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나 동영상, TV 영상 등을 통해 귀한 생명들이 허망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국민들은 집단 트라우마에 빠졌다. 승객들을 내팽개치고 저만 살겠다고 먼저 배에서 탈출한 선원들, 세월호에서 스스로 빠져나온 승객 말고는 한 명도 구하지 못한 무능한 구조 당국, 사고 처리 과정에서 거듭 혼선을 노출하고 책임 회피에 급급했던 정부, 한통속이 돼 안전을 팔아먹은 ‘관피아들’….
세월호 참사는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이었던 주호영 의원 등이 말한 것처럼 ‘해상 교통사고’일 수는 없다. 우리 사회의 저열한 안전 수준과 허술한 재난대응 시스템의 민낯이 드러난 ‘사건’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가 개조’를 언급할 정도로 세월호 참사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과 그 배경으로 지목된 세모그룹 및 유병언 일가, 한국선급 한국해운조합 등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가 진행됐다. 해양경찰청과 소방방재청이 해체되고 정부의 재난 안전관리 기능을 한데 모은 국민안전처가 지난해 11월 출범했다. 지난달 하순에는 범정부적으로 참여한 재난안전 중장기 종합 계획인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이 마련됐다. 통합적 재난 관리체계 구축, 현장 재난 대응역량 강화, 생애 주기별 맞춤형 안전교육 시행 등이 주요 내용이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제도적 장치들을 담은 특별법도 제정됐다.
세월호 이후에도 대형 사고가 잇따르고 안전에 대한 관심이 다시 뒷전으로 밀리면서 지난 1년 동안 달라진 게 거의 없다는 지적도 있다. 그래도 우리 사회가 안전사회로 가는 발걸음을 내디딘 것을 부인하긴 어렵다. 서 말은 아니어도 두 말 수준의 안전대책은 마련했다 할 수 있다. 이제는 내실을 다지는 일이 중요하다.
세월호 문제가 ‘진영 논리’에 매몰돼 새로운 갈등과 분열의 불씨가 돼서는 우리 사회에 희망은 없다.
정부가 좀 더 분발해야 한다. 국민안전처는 안전 파수꾼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안전과 상충되는 정책을 추진하는 다른 부처에는 과감하게 쓴소리를 해야 한다. 안전 관련 예산을 확충하고 법령을 지속적으로 보완하는 노력도 시늉에 그쳐서는 안 된다.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에 담긴 100대 세부 실천계획들이 잘 시행되는지를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들은 수정·보완해 효율적인 재난 안전관리 체계를 하루빨리 구축해야 한다.
안전 교육의 생활화에 힘써야 한다. 재난은 끊이지 않는 인간의 숙명이다. 예방하고 대비할 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반복 훈련을 통해 재난 유형별로 대응 매뉴얼을 숙지하고 실행에 옮기는 훈련을 각 분야에서 반복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정부가 예산 지원과 법령 마련 등을 통해 공공과 민간 분야에서 맞춤형 안전 교육이 활성화되고 일상화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이끌어야 한다. 특히 초·중·고 교육과정에서 재난 발생 시 대응 요령을 몸으로 익히는 체험형 생존 교육을 강화해 어려서부터 안전의 중요성을 체득시킬 필요가 있다.
세월호를 조속한 시일 내에 온전하게 인양하는 데도 집중해야 한다. 세월호 인양은 진상을 규명하고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9명을 수습하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희생자 가족들을 보듬고 세월호 사태에 함께 마음 아파한 국민들의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푸는 일이기도 하다.
라동철 사회2부 선임기자 rdchul@kmib.co.kr
[내일을 열며-라동철] 구슬이 ‘두 말’이라도…
입력 2015-04-16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