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를 인쇄한 종이 대신 스마트폰으로 뉴스가 소비된다. 언론학자들이 오래전에 예측한 ‘플랫폼의 변화’가 현실이 됐다. 누구나 쉽게 느낄 수 있다.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을 타면 보인다. 신문을 들고 있는 사람은 없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거의 모든 시민들은 스마트폰을 본다. “어느 신문사 부장은 매일 아침 지하철에서 신문을 본다”라는 말이 화젯거리로 회자되는 세상이다.
뉴스 공급자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20세기에는 거대한 윤전기와 전국적인 판매망을 갖춘 사업자만이 신문을 발행할 수 있었다. 초기 투자비만 해도 수백억원에 이른다. 그래서 신문사가 많이 생길 수 없었다.
그러나 인터넷에 뉴스를 공급하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정기간행물 등록 현황’에 따르면 2013년 우리나라 인터넷 신문은 4916개다. 30%는 활동하지 않는다고 가정해도 3000개가 넘는 신문이 기사를 쏟아낸다.
기자는 팩트를 찾는 전문가(fact finding expert)라는 말이 있다. 요즘은 그 의미가 조금 다르다. 인터넷에는 셀 수 없이 많은 팩트가 떠다닌다. 이를 엮어 기사로 만드는 능력이 중요하다. 기자가 직접 눈으로 본 것만이 팩트는 아니다. 교통사고 기사를 쓰려면 현장에 다녀오고, 사고 당사자와 담당 경찰관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 게 전통적인 취재다. 그런데 사고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동영상을 인터넷에서 찾아낼 수 있다. 극단적인 사례지만 기자가 눈으로 직접 확인한 팩트라는 말이 주는 의미와 느낌이 크게 달라진 건 확실하다.
오타마저 복사해 붙이는 게 현실
하지만 바로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원칙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직접 취재하지 않고 온라인에서 확보한 팩트를 근거로 기사를 쓰다보니 표절과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다른 사람이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취재한 뒤 밤을 새워 어렵게 쓴 기사도 인터넷에서 수집한 팩트로 간주된다. 많은 기자들이 고민 없이 가져다 쓴다.
‘ctrl C+ctrl V’(복사해 붙이기)가 뉴스콘텐츠 시장을 장악한 것이다. 어이없는 일도 생긴다. 누군가 ‘홍준표’를 ‘홍중표’라고 오타를 냈다. 그러자 대한민국에 ‘홍중표’ 기사가 자꾸 늘어난다. 오타도 함께 베끼는 것이다. 뉴스 소비자들은 “많은 기사가 쏟아져 나오지만 제대로 된 콘텐츠를 찾기 힘들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왜곡된 뉴스시장을 가능케 한 이유 중 하나가 ‘ctrl C+ctrl V’다. 많은 매체가 ‘티 안 나게’ 복사해 붙이는 전문가를 양산한다.
표절 기준 세워 저작권 보호해야
신문기사는 저작권법에 따라 보호받기 어려운 콘텐츠다. 현행 저작권법 7조에는 보호받지 못하는 저작물로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가 명시돼 있다. 인사, 부고 기사가 대표적이다. 신문기사는 비슷한 내용을 비슷한 문체로 서술한다. 때문에 대부분 스트레이트 기사와 해설기사는 보호받지 못하는 저작물이 된다. 대법원 판례에도 독창적이고 개성 있는 표현 수준에 이르지 않은 경우에는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에서 제외한다고 적혀 있다.
칼럼이 아닌 기사의 경우 어떻게 써야 독창적이고 개성 있는 표현이 되는가. 지금은 정해진 게 없다. 누군가는 신문사가 지속적으로 표절이 의심되는 기사를 법정으로 끌고 가 판례를 확보해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한다. 누군가는 저작권법으로 보호받기 어렵다면 미국식으로 부정경쟁 행위 이론을 도입해 배상토록 제도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당장 밤새 쓴 기사를 도용당하고 허탈해하는 기자들에게는 큰 도움이 안 된다. 지금으로서는 기자들에게 ‘ctrl C+ctrl V=표절’이라는 공식을 명심하자고 호소할 수밖에 없다.
고승욱 온라인뉴스부장 swko@kmib.co.kr
[데스크시각-고승욱] 복사해 붙이기는 곧 표절이라
입력 2015-04-16 02:43